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일대 4만7000여가구에 페인트 냄새가 섞인 수돗물이 공급되면서 주민들이 제대로 씻거나 먹지 못하는 등의 큰 불편을 겪었다.
16일 성남시와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 14일부터 분당구 정자동, 금곡동, 구미동, 동원동, 대장동 일대 공급되는 수돗물에서 페인트 냄새가 난다는 글이 이 지역 커뮤니티에 이어졌다.
주민들은 양치질을 하다가 헛구역질을 하거나 세탁물에서 역한 페인트 냄새가 나는 등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주민은 지역 커뮤니티에 올린 글에서 “수돗물에서 시너 수준의 냄새가 났다”며 “주말동안 그 물로 씻었더니 회사에서 눈이 아파 일을 못할 지경이었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그는 “입안에 상처가 있었는데, 양치할 때 그 물로 썼더니 더 아리고 부어올랐다”며 “저녁부터 씻는 것까지 모두 생수를 사다 해결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관련 민원도 14일 오후부터 제기돼 15일까지 100건 넘게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페인트 냄새의 발원지는 분당 지역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분당3배수지의 1만5000톤짜리 물탱크였다.
시가 올 4월부터 이달 12일까지 30년 넘은 이곳 물탱크 2개 중 1개의 방수 도장 작업을 진행한 뒤, 건조를 하는 과정에서 방수작업을 마친 물탱크의 페인트 냄새가 주민들에게 수돗물을 공급하는 다른 탱크로 흘러든 것으로 알려졌다.
성남시는 16일 이 같은 내용의 공지를 홈페이지에 올리고 주민들에게 사과했다.
시는 공지에서 “냄새가 발생한 배수지 및 상수도 관 내의 수돗물은 15일 오후 9시 전량 배출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어 “수돗물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물이 차고 빠지는데 바람이 불어 기화된 페인트가 환기구로 들어와 용해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질검사 결과 기준치 이하의 페인트 성분이 검출됐다"고 덧붙였다.
또 “수돗물을 저장해 주민에게 공급하는 저수조 등이 설치된 공동주택에서는 기존 냄새가 나는 수돗물이 남았을 수 있으므로 흘려버리신 뒤, 수돗물을 다시 채워 공급해주시길 바란다”고 알렸다.
아울러 “이번 건으로 퇴수된 수돗물에 대해서는 향후 요금을 감면해드릴 예정”이라며 “이번 사고로 심려와 불편을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재발 방지도 함께 약속했다.
한편, 피해 지역 내 31개 장소에서 채취한 수돗물의 유해성분 검사에서는 모두 기준치 이하로 측정됐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