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조위 “환경부, 가습기살균제 엉터리 조사”

유독물질 절반 가량 들어있는 제품도 ‘해당없음’ / 특조위, 환경부 감사 요구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환경부 공무원들이 독성 화학물질이 포함된 가습기살균제를 만든 기업의 분담금을 면제하는 등 부실 조사를 했다며 감사원에 감사를 요구했다.

 

특조위는 16일 오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분담금 산정 업무를 한 환경부 공무원 4명에 대해 감사원의 감사를 요구했다. 특조위 조사 활동 시작 이후 첫 감사 요구다.

 

앞서 환경부는 2017년 제정된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특별법)에 따라 가습기살균제 사업자 등을 대상으로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분담금을 부과했다. 이 분담금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지원에 사용된다.

 

환경부의 분담금 산정 결과 18개 가습기살균제 사업자에 총 1250억원이 부과됐고, 12개 사업자는 △전체 가습기살균제 판매량 1% 미만 △소기업 △독성 화학물질 미포함 기준을 충족해 ‘면제사업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특조위 조사 결과 담당 공무원들은 환경부가 2015년 1월 유독물질로 지정한 이염화이소시아눌산나트륨(NaDCC)이 절반가량 들어 있는 제품을 만든 A사를 면제사업자로 선정했다. 심지어 A사 대표는 환경부 조사에서 제품에 NaDCC가 포함됐다고 진술했지만, 최종 결과문서의 유독물질 종류에는 ‘해당 없음’으로 적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독성 화학물질이 포함된 A사 제품이 표기 오류로 기준을 충족해 분담금을 면제받은 것이다.

 

또 환경부 산하기관인 국립환경과학원이 발주한 연구용역 결과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이 1500ppm 검출된 가습기살균제를 만든 B사도 면제사업자로 선정됐다. PHMG는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일으킨 대표적인 독성물질이다.

 

특조위에 따르면 환경부는 2014년 7월 가습기살균제 주무부처로 선정된 이후 현재까지 독성 화학물질 포함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가습기살균제 제품 성분분석을 시행하지 않았고, 국립환경과학원과 질병관리본부가 이미 진행한 성분분석 결과도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특조위는 당시 환경부가 면제사업자로 선정된 12개 업체에 대한 조사를 사업장에서 실시한 경우는 단 한 곳도 없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업체가 제출한 자료에만 근거해 독성물질 포함 여부 등을 판단했고, 그러다 보니 판매량이나 성분 등이 누락되거나 오류가 생겼다는 것이다.

 

포장과 제품명만 다르게 판매한 동일 제품을 판 두 회사에 대해 환경부가 한 회사는 조사대상으로 삼고, 또 다른 회사는 조사대상에서 제외했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애초 환경부가 조사대상으로 선정한 46개 업체에도 누락된 업체가 있다는 얘기다.

 

황전원 특조위 지원소위원장은 “환경부가 면제사업자로 선정한 업체는 독성이 없다고 판단돼 해당 제품을 사용한 피해자들이 자신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라는 사실조차 알지 못하거나 피해지원 기회 자체를 원천 차단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특조위는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직원이나 조사 당시 인사혁신처 소속 수습사무관 등 조사권한이 없는 사람이 해당 조사를 했다고 비판했다. 특별법 제37조에는 환경부 소속 직원만 가습기살균제 사업자 등을 조사할 권한이 있다고 돼 있다.

 

황 위원장은 “환경부가 전대미문의 가습기살균제 참사 문제를 이렇게 무성의하게 다뤘다고 차마 믿고 싶지 않다”면서 “환경부는 특조위가 감사 요구까지 한 상황을 초래한 데 대해 크게 반성해야 하고, 잘못한 것이 있으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유지혜 기자 kee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