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웹’ 손정우 눈물 통했나… 법원, 美 송환 결정 연기

범죄인 인도심사 2차 심문 출석 / 손 “중형이라도 한국서 받고 싶어” / 서울고법 “추가 심리 필요하다” / 예정에 없던 3차 심문 7월 진행

‘다크웹’에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수천여개를 배포한 혐의를 받는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 손정우(24)씨의 미국 송환 여부가 다음 달 6일 결정된다. 관련 범죄인 인도심사가 예정에 없던 3차 기일까지 이어지면서 손씨 측의 ‘눈물 호소’ 전략이 일부 통했다는 분석이다.

16일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에서 취재진들이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W2V) 운영자 손정우에 대한 범죄인 인도심사 청구사건 2번째 심문기일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뉴스1

16일 서울고법 형사20부(부장판사 강영수)는 손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심사 2차 심문기일을 열고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관련 절차에 따라 손씨의 송환 여부는 이달 말까지 판가름 나야 한다. 손씨는 청소년성보호법상 음란물제작·배포 등 혐의로 징역 1년6개월의 형기를 마친 뒤 지난 4월27일 인도심사를 위해 재차 구속됐는데, 이후 2개월 이내에 심사를 끝내야 해서다.

법원은 결정이 지연되는 것과 관련, 심사 과정에서 프랑스에서 인도심사를 받았던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장녀 유섬나씨를 언급해 의중을 드러냈다. 재판부는 “세월호 사건 당시 유 전 회장 자녀는 프랑스에서 2년 이상 인도심사를 받았다. 우리도 필요한 경우 심리 기간을 늘릴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의 범죄인 인도 심사는 일부 외국과 달리 항소할 수 없는 ‘단심제’다. 이에 재판부가 손씨의 방어권을 최대한 보장하면서 시일을 두고 사건을 살피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법원이 이처럼 신중을 기하는 데는 손씨 측이 선처를 호소하면서 검찰과 첨예한 신경전을 벌이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지난 첫 심문에 불출석했던 손씨는 이날 황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나왔다.

그는 “철없는 잘못으로 사회에 큰 피해를 입혔다. 너무 부끄럽고 염치가 없지만 한국에서 처벌받을 수 있다면 어떤 중형이든 받겠다”며 흐느꼈다. 손씨 부친도 “미국에 인도되면 (변호는) 거의 불가능하다. 한 번의 기회를 더 주신다면 속죄하며 살게 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이 미국 법원에서 심리할 ‘국제자금세탁’ 부분에 대해 손씨를 기소하지 않은 점을 두고도 공방이 치열했다. 앞서 손씨의 부친은 서울중앙지검에 아들을 해당 혐의로 고발했다. 만약 검찰이 손씨를 기소해 국내 법원에서의 재판이 확정되면 관련법상 ‘절대적 인도거절 사유’에 해당돼 미국에 가지 않아도 된다.

세계 최대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 손정우씨의 미국 송환 여부를 결정하는 범죄인 인도심사 두 번째 심문이 16일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렸다. 손씨의 아버지가 재판을 참관하고 나오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변호인은 “(손씨는) 대한민국 국민이고 범죄 실행 자체가 대한민국에서 이뤄졌다”며 “검찰에서 의도적이든 아니든 기소를 하지 않았다. 수사기록에 따라 기소만 하면 처벌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검찰 측은 “범죄수익에 대해 실질적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수사가 다 완성됐는데 기소를 안 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손씨 측은 국내에서 이미 처벌받은 혐의에 대해 미국에서 처벌하지 않겠다는 ‘보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검찰 측은 “별도의 보증을 해준 전례가 없다”고 맞받았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