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16일 북한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소식에 롤러코스터를 탔다. 청와대는 이 소식이 전해지기 직전까지도 문재인 대통령의 4차 남북정상회담 제안과 남북협력사업 제안이 유효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었다. 청와대는 남북관계가 극적인 반전을 보일 가능성에 대해서 희망적 관측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 폭파 사실이 확인되자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의를 소집하고 대북 강경 입장으로 선회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오후 연락사무소 폭파 소식이 전해지기 직전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이 1년 전 제안한 4차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제안을 한 상태고, 당연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와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남북이 협력해 할 수 있는 일을 제시했다”면서 남북 간 철도 및 도로 연결, 비무장지대(DMZ) 국제평화지대화, 개성공단 및 금강산관광 재개, 2032년 올림픽 공동개최, 개별관광 등 문 대통령이 제안한 남북 협력사업을 열거했다.
김유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 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은 브리핑을 통해 강력한 유감 표명과 함께 “정부는 이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사태의 책임이 전적으로 북측에 있음을 분명히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북측이 상황을 계속 악화시키는 조치를 취할 경우 우리는 그에 강력히 대응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했다. 북한의 도발 책임을 묻고 추가 도발에 대한 강력한 대응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인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이 함께 돌파구를 찾아 나설 때가 됐다”면서 남북 협력 사업을 추진해나가자고 제안했을 때의 기조와는 180도 달라진 대응이었다.
국방부는 “우리 군은 현 안보 상황 관련해 북한군의 동향을 24시간 면밀히 감시하면서 확고한 군사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안정적 상황 관리로 군사적 위기가 고조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박한기 합참의장은 연락사무소 폭파 직후 합참 지휘통제실에서 상황 조치 등 지휘를 했다.
북한의 도발로 정부의 대북 조치 선택지는 극도로 좁아졌다. 당분간 정부는 남북 협력을 거론하기 힘들게 됐다. 북한의 추가도발을 억제하는 데 주력하는 차원의 상황 관리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청와대 NSC 회의를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전체회의가 아니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의 상임위원회로 개최하면서 대북 메시지의 수위도 낮춘 것으로 해석했다. 북한이 예고한 군사 도발이 현실화하지 않도록 북한에 ‘엄중 경고’하되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설 경우 초래될 수 있는 남북 정상 간의 신뢰관계 파열을 감안한 조치란 것이다.
박현준·홍주형 기자 hjunpar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