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원전 밀어붙이기 대신 ‘원자력 그린 뉴딜’ 고민할 때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에너지전환과 그린수소]

脫원전 정책과 국민적 오해·편견에 / 원자력 산업 전반 고사 위기 내몰려 / 火電 비해 뛰어난 경제성은 물론 / 청정연료라는 LNG보다 CO₂ 발생 ↓ / 환경문제 고려해도 꽤 효율적 수단 / 업체들 “다른 에너지와 공생 바람직”

문재인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은 새로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지 않고, 노후 원전은 가동연한을 늘리지 않는 것이 골자다. 이런 식으로 원전을 단계적으로 감축해도, 이미 공사에 들어간 설계수명 60년짜리 원전 4기가 조만간 문을 열 예정이어서 2080년대 중반쯤이 돼서야 국내 모든 원전이 가동을 멈춘다. 거기다 폐쇄된 원전의 해체 작업과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 등을 해결하려면 최소 10년 이상의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원전 제로(0)시대’가 도래할 때까지 산업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앞으로도 원자력 업계를 향한 꾸준한 지원과 관심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원전업체들도 확장적 기조 대신 ‘탈원전 연착륙’을 위해 기존 원전의 안전한 운영·관리와 차세대 원전 해외 수출에 업무를 집중하고 있다. 그럼에도 원전의 안전성과 환경성 등을 둘러싼 국민적 오해와 편견으로 원자력 산업 전반이 위축되고, 인력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고사 위기에 몰렸다는 게 업계의 하소연이다.

 

◆원자력에 대한 오해와 진실

 

문재인정부는 ‘2030 온실가스 감축 기본 로드맵’에 따라 2030년까지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을 32.5% 감축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원자력은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현저히 낮은 편이다. 17일 한국원자력학회에 따르면, 1㎾h의 전력을 생산할 때 석탄을 사용하면 약 1000g, 액화천연가스(LNG)는 490g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반면 같은 전력을 생산할 때 원자력의 이산화탄소 발생량은 15g에 불과하다. 친환경 연료로 알려진 LNG와 비교해도 33분의 1 수준이다.

 

경제성 측면에서도 원자력은 화력 발전보다 뛰어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전력거래소의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1㎾h 생산에 드는 단가는 원자력이 56.4원, 석탄 87.2원, LNG 103.6원으로 집계됐다. 생산 단가가 점차 낮아지고 있지만,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도 100원 안팎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안전 문제다. 원전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수력원자력은 2018년 세계 최초로 원전 설비 고장을 사전에 진단하고 평가할 수 있는 ‘자동예측진단 시스템’을 개발했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통해 미세한 이상징후까지 감지한 뒤 즉시 조치에 들어갈 수 있다. 방사선 수치가 높은 고위험 지역은 수중드론을 투입해 정기적으로 안전 점검 조치를 하고 있다.

 

태양광이나 풍력 등 온실가스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발전 방식을 전면 도입하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기술적·경제적 장애물이 산적해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화석연료에서 신재생에너지로 넘어가는 과도기를 순조롭게 통과하려면, 원자력이 일정 부문 윤활유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원전에 대한 공포감은 실제로 과장된 측면이 없지 않다”며 “갑작스러운 전기료 인상 없이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같은 환경문제를 고려하면 원전은 여전히 가장 효율적인 발전수단 중 하나”라고 말했다.

 

◆해외 수주난·인력난에 고심하는 업계

현재 국내에서는 4기의 원전이 건설되고 있다. 신고리 5·6호기 건설에 삼성물산과 두산중공업, 한화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고, 신한울 1·2호기 건설현장에 현대건설, GS건설, SK건설 등이 참여하고 있다. 원전 관련 신규 계약은 모두 끊겼고, 올해 안에 신고리 5·6호기의 기자재 납품도 대부분 마무리될 예정이어서 당장 일감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어쩔 수 없이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할 처지이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계약 이후 대규모 수출 실적은 없지만, 최근에 동유럽을 중심으로 원전 기자재 공급 사업 수주를 따내며 명맥을 유지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자국에서는 원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감축 정책을 펼치면서 해외에 원전을 수출한다는 것 자체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지금의 사회적 분위기로 누가 원전 산업에 진출할 생각을 하고, 투자를 할 수 있겠느냐”며 “탈원전 정책을 뒤집거나 에너지 전환의 시대적 흐름을 거부하겠다는 게 아니라, 원전 산업이 다른 분야와 차별받지 않고 공생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원전이 가동되려면, 원전 관련 인력과 부품 공급망이 유지돼야 하는데 탈원전을 향한 확고한 방향성만 부각되면서 원전 산업이 사실상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는 것이다.

 

한국원자력학회 조사에 따르면, 탈원전 정책 이후 원전 일자리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원자력 전공자들의 이탈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서울대 원자력 전공자 취업현황은 2017년 51.7%에서 1년 만에 32.2%로 줄었고, 한양대도 같은 기간 52.9%에서 34.5%로 감소했다. 원자력 전공 대학생 중 중도포기자도 2015년 24명에서 지난해 56명으로 급증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원전의 안정적인 운영과 관리에 필요한 산업 생태계를 유지한다는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며 “해외 사업 진출에 필요한 정책적 지원과 중소·협력업체들에 대한 금융 지원을 포함해 다양한 방안을 시행·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