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가 16일(현지시간)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도발에 정부의 남북관계 노력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fully supports)는 입장을 밝힌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그동안 도로·철도 연결 등 남북협력 사업이 언급될 때마다 미국은 남북협력을 지지한다면서도 “남북협력이 비핵화와 발맞춰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해 비핵화보다 앞서가지는 말라는 ‘견제’ 내지 ‘경고’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연락사무소 폭파 후 아무런 단서 없이 남북관계에 대한 전폭적 지지를 공식화한 것은 미국의 입장변화로 읽힌다. 북·미 관계 파국 전에 남북협력 사업에 힘을 실어줌으로써 북한발 위기에서 벗어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치적인 대북 관계가 원점으로 회귀하거나 후퇴할 경우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초기 대응 실패, 경찰 가혹행위로 인한 흑인 사망 규탄시위 대응 논란, 경기 하락 등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하락세다.
북한이 미국에 직접적 위협이 되는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미 국익연구소 해리 카지아니스 한국담당 국장은 “한국전 발발 70년(6월25일)과 미국의 독립기념일(7월4일)이 다가온다”면서 “북한이 수개월간 위협해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을 할 것”이라고 추측했다. 벨기에 유럽연구소의 라몬 파체코 파르도 한국석좌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북한은) 11월 미 대선 전에 ICBM이나 핵실험 같은 실질적 긴장 고조만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반면, 북한이 남북에 상징적인 시설을 폭파했지만 군사적 대응을 불러올 만한 공격은 아니었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유사한 도발만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북한이 미국과 국제사회의 추가 제재 등 때문에 고강도 도발을 감행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편 일본 정부는 북한 정세와 관련해 탄도미사일 요격체계인 패트리엇(PAC-3) 포대를 방위성 부지에 배치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17일 정례 브리핑에서 “정부는 어떠한 사태에도 대응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 필요한 경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PAC-3를 이치가야 기지(방위성) 내 부지에 배치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그 전개 목적에 대해서는 부대 운영에 관한 사항이기 때문에 답변은 삼가겠다”고 밝혔다. 일본은 북한의 미사일 위협이 고조될 때 방위성 부지에 PAC-3를 배치해왔다.
워싱턴·도쿄=정재영·김청중 특파원sisley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