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고유정(37)에 대해 검찰이 재차 사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17일 광주고법 제주재판부 형사1부(부장판사 왕정옥) 심리로 열린 고씨의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법정최고형인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부검 결과를 토대로 누군가 고의로 피해아동을 살해한 것이 분명하고, 외부 침입 흔적도 없다면 범인은 집 안에 있는 친부와 피고인 중에서 살해 동기를 가지고 사망 추적 시간 깨어 있었으며 사망한 피해자를 보고도 보호 활동을 하지도 슬퍼하지도 않은 사람일 것”이라며 “피해자를 살해한 사람은 피고인”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자신의 살해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3개월 이내에 연속적으로 2건의 살인을 저지르는 등 연쇄살인을 저질렀다”며 “아들 앞에서 아빠(전 남편)를, 아빠(현 남편) 앞에서 아들을 살해하는 천륜에 반한 잔인한 범죄를 저질렀고 반성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1심 때와 같이 “피고인에게 사형을 구형한다”고 말했다.
이에 변호인 측은 “피고인이 현 남편에게 수면제를 먹였는지, 살해 동기는 충분한지, 제3자의 살해 가능성은 없는지 등 간접증거가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충분히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선처해달라고 말했다.
고씨도 최후진술을 통해 “저는 ○○이(의붓아들)를 죽이지 않았다”며 “집 안에 있던 2명 중 한 명이 범인이라면 상대방(현 남편)일 것”이라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는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다”며 “죽으려고도 해봤지만 그래도 살아남은 것은 남은 ‘애새끼’가 있기 때문”이라며 “죽어서라도 제 억울함을 밝히고 싶다, 믿어달라”고 토로했다.
전 남편 살해와 관련해 사건의 고의성 여부를 놓고 계획적 범행이냐 우발적 범행이냐를 따지며 검찰과 치열한 공방을 벌인 고씨 측은 계획적 살인 관련 또한 또한 이날도 부인했다. 고씨는 재판 초기부터 전 남편이 자신을 성폭행하려 해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르게 된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피해자인 전 남편에게 귀책 사유가 있는, 피해자로부터 자신도 피해를 당해 범행을 저지른 참작동기 살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고씨가 사전에 범행을 치밀하게 준비했다며 계획적 살인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를 쏟아냈다.
고씨는 전 남편을 계획적으로 살인했다는 혐의는 부인했지만 전 남편 유족에게 미안함을 표시했다. 고씨는 이날 자필로 작성한 5∼6장 분량의 최후진술서를 읽으며 전 남편과 유족 측에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죄의 대가를 전부 치르겠다”고도 했다.
고씨는 지난해 5월25일 오후 8시 10분부터 9시 50분 사이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 강모(37)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버린 혐의(살인·사체손괴·은닉)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후 검찰은 고씨가 지난해 3월2일 오전 4∼6시쯤 충북 자택에서 잠을 자던 네 살배기 의붓아들의 등 뒤로 올라타 손으로 피해자의 얼굴이 침대 정면에 파묻고 뒤통수 부위를 10분가량 강하게 눌러 살해했다고 결론 내리고 의붓아들 살해 혐의까지 추가로 기소했다.
지난 2월20일 1심 재판부는 의붓아들 살해 혐의는 인정하지 않고 고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검찰은 이에 전 남편 살해 사건에 대해 양형부당을, 의붓아들 살해 사건에 대해서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를 이유로 항소했다. 고씨 측 역시 사실오인과 법리오해, 양형부당 등을 이유로 항소했다.
고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은 다음달 15일 오전 10시 열릴 예정이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