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길원옥 할머니 계좌에서 사라진 돈, 어디로 갔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계좌에서 거액의 돈이 사라졌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피해자인 길원옥(92) 할머니는 정의기억연대의 서울 마포 쉼터에서 지내며 정부와 서울시로부터 매월 350만원을 받았는데 이 돈이 다른 계좌로 빠져나갔다고 한다. 검찰은 길 할머니의 며느리인 조모씨로부터 관련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조씨는 “할머니 통장을 보니까 가슴이 아팠다. 2000만원도 나가고, 400만원도 나갔다. 진짜 위안부 할머니를 앵벌이시켰구나”라고 했다. 이달 초 남편 황모 목사와 함께 마포 쉼터 손모 소장을 만나 이 문제를 따지자 손씨는 해명 대신 무릎을 꿇었다고 한다. 조씨는 지난 3일 해명을 요구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그로부터 사흘 뒤 손씨는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길 할머니 가족은 손 소장의 돈세탁 의혹을 제기하며 그 배후에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이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윤 의원과 정의연 이사들이 여성가족부 위안부 피해자 지원·기념사업 심의위원회에 포함돼 ‘셀프심사’ 의혹도 제기됐다. 윤 의원이 2009년 10월부터 2년간 활동했고 2015년 10월부터는 정의연 이사들이 돌아가며 심사했다고 한다. 여가부는 2016년부터 올해까지 정의연 등에 모두 16억1400만원을 지급했다. 이처럼 의혹이 꼬리를 무는데도 윤 의원이 정치 후원금 모집에 나선 것은 부적절하다. 그는 정의연 이사장 시절 4개의 개인계좌로 최소 11차례 모금했으나 세부지출에 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이러니 후원금 계좌에 ‘18원’ 송금이 쇄도하는 것 아닌가.

정의연 측은 쏟아지는 의혹에 악의적이고 왜곡된 것이라며 언론과 정치권을 비판했다. 앞서 손 소장의 사망과 관련해서도 검찰과 언론의 압박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윤 의원과 정의연은 먼저 “그동안 바보같이 이용당했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팔아먹었다”는 이용수 할머니의 절규에 답하고 불투명한 회계처리도 진솔하게 사과하는 게 옳다. 검찰은 누가 길 할머니의 돈을 빼돌렸는지 신속히 수사해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