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선거에 맞춰 사이버 공격을 자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북한의 사이버 부대는 약 7000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해킹 등 사이버 역량은 세계 최고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17일(현지시간) 미국 폭스뉴스에 따르면 이성윤 미국 터프츠대 교수는 “북한이 미국 대선을 어느정도까지 망가뜨릴 수 있는지 시험할 수 있을 것”이라며 “북한은 미국 선거 시스템을 해킹해 무엇을 빼낼 수 있는지 시험해볼 능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북한의 사이버 역량은 그야말로 세계에서 최고로 꼽힌다”며 “만약 북한이 (미국) 대선 기간에 자신들의 능력을 시험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놀라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한 외무성이 최근 내놓은 위협은 모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심지어 핵실험과 같이 더 심각한 도발까지 포함된 전략 각본의 일부”라고 지적했다.
잭 웜프 전 공화당 하원의원도 “북한은 대부분 허세를 부리지만 미국의 선거를 방해하겠다고 한다면 그들은 사이버전에서 상스러운 수단을 쓸 수 있다”며 “(미국은)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경고했다. 웜프 전 의원은 “북한은 기술을 갖고 있기 때문에 벽장 안에 숨어서도 (공격을)할 수 있다”며 “그들이 무엇을 하려는지 알 수 없지만, (미국의) 선거를 정말로 방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북한 외무성 측은 “미국은 끔찍한 일을 당하지 않으려거든 입을 다물고 제집안 정돈부터 잘하라”며 “그것이 미국의 이익에 부합되는 것은 물론 당장 코앞에 이른 대통령선거를 무난히 치르는데도 유익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대북 문제를 담당했던 대니 러셀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이날 북한이 2010년부터 조선인민군정찰총국의 지휘 아래 이 같은 엘리트 사이버 부대원을 훈련하는 데 투자했으며 그 결과 사이버 공격작전을 수행하는 정예부대 7000명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소행으로 추정되는 사이버 테러는 최근 계속 이어져왔다. 북한이 배후에 있는 ‘APT38’은 지난 2016년 한국의 F-16 전투기, 드론 등 국방분야 기밀 4만건을 해킹했다. 최고 기밀이 필요한 미국의 국방 ‘작계 5027’이 담긴 자료도 이들이 훔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에는 미국 국무부가 북한이 핵 개발을 위해 암호 화폐를 해킹해 2억5000만달러(약 3040억원)를 절취하려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북한이 사이버 공격으로 한국과 미국, 일본의 사회 기반 시설을 파괴할 수도 있기 때문에 단순히 해킹이 아니라 사이버 전쟁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의 후버댐과 같은 대부분 사회 기반시설은 디지털화가 되기 전에 건설돼 방화벽이 충분치 않기 때문에 사이버 공격에 취약하다고 외신은 설명했다.
북한의 사이버 공격은 주로 중국, 러시아, 인도 등을 거점으로 이뤄진다. 만약 미국, 한국 등이 북한의 사이버 공격을 당하더라도, 중국·러시아를 보복 상대로 잘못 지목해 이들 국가를 끌어들일 위험이 있어 상대국이 섣불리 나서기 어렵기 때문이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