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북전단 용납 못해”…하태경 “北엔 찍소리 못하면서”

전단 살포 위험지역 5곳 지정… 李 “위기 조장·사회 재난 유발행위, 모든 방법 동원해 사전 차단할 것”
이재명 경기도지사. 뉴시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도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모든 방법을 동원해 막겠다고 한 것과 관련해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은 “북한에는 찍소리 못하면서 전단 단체만 때려잡는다”고 꼬집었다.

 

경기도는 지난 17일 북한 접경 지역인 고양시·파주시·김포시·포천시·연천군 등 5개 시·군 전역을 위험지역으로 설정해 대북전단 살포자의 출입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올해 11월30일까지 전단 살포자는 이곳 출입이 통제되고 전단 관련 물품의 준비, 운반·살포·사용 등 행위가 금지된다. 명령을 위반하면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제41조(위험구역의 설정)에 따라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앞서 이 지사는 지난 12일 페이스북에 “막무가내로 대북전단을 살포하겠다는 것은 군사적 충돌을 유발하고 한반도에 긴장을 높이겠다는 위험천만한 ‘위기조장’ 행위이자 도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사회재난’ 유발행위”라며 “결코 용납할 수 없다.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사전 차단하겠다”고 경고했다. 이 지사의 예고대로 대북전단 관련 위험지역이 설정되자 야권은 이 지사를 거세게 몰아붙였다.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 페이스북 캡처

 

하 의원은 페이스북에 “북한의 연이은 도발로 전단은 구실일 뿐 이번 사태의 본질이 아님이 명확해 졌다”며 “이 지사가 상황 파악을 전혀 못하고 요란한 쇼를 연출했다”고 이번 조치의 의도를 의심했다.

 

그러면서 “쇼 좋아하는 이 지사가 정말 경기도민의 안전을 걱정한다면 판문점 앞에 가서 1인 시위라도 하셔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북한이 대남 전단 살포하면 대부분 경기도에 떨어질 것인데 이 지사가 어떻게 대처할지 지켜보겠다”고 했다.

 

이는 북한의 대남전단 살포를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대북전단 살포를 두고 ‘사실상의 선전포고’라며 강하게 비판했던 북한은 전날(17일) 대남전단 살포 계획을 밝힌 데 이어 다음날에도 이를 재확인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기사를 통해 “전선 지역이 개방된다면 인간쓰레기들의 서식지인 남조선 땅에 삐라(전단) 벼락을 퍼부을 만단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 누구나 대남 삐라 살포 투쟁에 참가하겠다고 윽윽하고 있다”고 한 북한 주민의 반응을 전하기도 했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이 지사의 조치를 두고 법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41조에 따른 지자체장의 권한이 근거라는데, 법에 명시된 재난은 홍수·지진·태풍·한파 등 자연재난과 화재·폭발·붕괴·감염병 등 사회재난이고 이들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려는 것이 본래 입법 취지”라며 “이 법으로 탈북자를 막고 체포하겠다는 발상은 도대체 어떻게 가능한지, 평범한 일반인 입장에선 도저히 이해 불가”라고 비판했다.

 

이재강 경기도 평화부지사(오른쪽)가 지난 6월 17일 경기도 포천시의 이민복 대북풍선단장의 자택에서 대북전단 관련 물품 반출 금지를 알리는 행정명령을 집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면서 “상식을 가진 일반인이면 누가 봐도 해당 법안의 적용 대상이 아님을 알 텐데, 법조인 출신의 이 지사가 이렇게 우기시니 아무래도 다른 이유가 있는 듯하다”며 “정치생명과 직결된 대법원 최종 판결을 앞두고 있고,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을 포기할 수 없는 이 지사가 친문재인 지지층의 결집을 위해 뻔한 억지를 부리는 것 같다. 혹여 정치적 목적이 상식적 법률 인식마저 흐리는 게 아닌지 안타깝고 찜찜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