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2일은 1965년 한국과 일본이 국교를 수립한 지 55주년이 되는 날이다. 그러나 반세기를 넘어 함께해 온 양국의 역사가 무색하게 이를 기념하는 목소리는 잘 들려오지 않는다. 강제동원문제에서 시작된 역사갈등이 일본의 대한국 수출관리 강화와 한국의 일본상품 불매운동 등으로 표출된 경제갈등, 그리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문제까지 최악에 최악을 거듭하고 있다는 한일관계의 현재에서 일본과의 우호관계를 논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이 쉽지 않아서일 것이다.
식민지배의 상흔을 치유하지 못한 채 시작된 양국관계는 반세기가 지난 현재까지도 여전히 불안정하다. 한국과 일본은 1965년 국교정상화에 이르기까지 1951년부터 약 14년간 긴 협상을 통해서도 해결할 수 없었던 식민지배의 법적 성격 문제에 대해 결국 끝내 명확한 답을 내리지 못한 채 ‘비합의의 합의(agree to disagree)’, 즉 합의하지 않았다는 것에 합의하며, 서로의 견해차를 인정하는 것으로 일단락지었다. 이는 사실상 국교수립을 위한 차선책이었으며, 이로써 갈등은 봉합되었고 문제 해결은 미래세대의 과제로 남겨졌다. 그리고 지난 55년간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그러나 식민지배의 법적 성격 문제는 한일 양국 모두에게 결코 물러설 수 없는 문제였고, 그 결과 양국관계는 역사에 대한 서로 다른 인식과 해석으로 현재에 이르렀다. 그렇지만 지난 55년간의 한일관계가 항상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비록 갈등은 끊이지 않았지만, 양국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가치를 공유하며 평화롭고 안전한 국제사회를 만들기 위한 우호협력의 길을 다져왔다. 또한 비록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이동이 제한되고 있으나, 양국은 서로에게 중요한 교역국이자 가장 많은 사회·문화적 교류가 이루어지는 관계로 발전하며 폭넓은 분야에서 다양한 형태로 협력을 이루어 왔다.
한일관계가 수립된 지 55년이 지났다. 지난 역사 속에 우리는 어떠한 한일관계를 만들어 왔으며, 앞으로 어떠한 한일관계를 만들어 갈 것인가. 그리고 다음 세대에게 우리는 무엇을 남겨줄 것인가. 이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과제이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