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맹비난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해고된 볼턴 전 보좌관은 최근 회고록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비판을 퍼부은 바 있다. 이번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친’(wacko), ‘멍청이’ 등의 원색적인 표현까지 동원해 공격을 퍼부었다.
그는 17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미친 존 볼턴의 ‘너무나도 지루하기 짝이 없는’(뉴욕타임스) 책은 거짓말과 가짜 스토리들로 이뤄져 있다”며 “내가 그를 해고했던 날까지는 나에 대해 좋은 말만 했다. 전쟁하는 것만 좋아하는, 불만에 가득찬 지루한 바보”라고 공격했다.
볼턴의 신간 ‘그것이 일어난 방: 백악관 회고록’은 오는 23일 출간될 예정인데,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원고를 미리 입수해 보도한 바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을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첫 정상회담을 하는 도중에 볼턴 전 보좌관에게 ‘그(트럼프)는 정말 거짓말쟁이야’(He is so full of shit)라고 적힌 메모지를 건넸다는 내용도 볼턴의 저서에 들어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또 정상회담이 끝나고 1개월 후 대북 외교가 성공할 확률은 제로라고 말했다는 게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에 담겨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그(볼턴 전 보좌관)는 배척당하고 행복하게 버려졌다”라며 “정말 멍청이(dope)다!”라고 악담을 퍼부었다.
이어 “부시 대통령도 볼턴을 해고했다”며 “볼턴은 무능하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볼턴 전 보좌관은 2005년 조지 W 부시 대통령 재임 당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를 역임했었다.
한편 2018년 4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약 1년 반 동안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볼턴은 회고록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에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늘려줄 것을 부탁하는 한편 노골적인 재선 지원을 요구했다고 주장해 파장이 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날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도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 집필 과정에서 “법을 어겼다”고 지적됐다.
책에 담긴 내용에 대해서도 “극비사항으로 분류된 정보이며, 볼턴은 승인을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볼턴 보좌관을 임명할 당시에도 그는 ‘가망이 없는 사람’이었다”며 “상원 인준을 받지 못한 그에게 인준이 필요 없는 직책을 줬지만,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앞서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유엔 주재 대사로 임명될 당시 민주당의 상원 인준 거부 사태를 겪은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울러 “(전임 정부 중) 누구도 나보다 러시아나 중국에 강경하게 하지 못했다”며 “중국은 우리에게 10센트도 준 적이 없지만, 이제는 매년 수억달러를 지불한다”고 반박했다.
미 정부도 이날 볼턴 전 보좌관이 회고록에 담긴 국가 기밀을 정부 차원의 검토가 끝나기 전에 공개했다며 이의 중지를 요구하는 긴급명령을 법원에 요청했었다.
백악관은 전날 법무부와 윌리엄 바 장관 명의로 회고록 출간을 연기해달라는 민사소송을 제기하며 가세했다.
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