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사진) 전 통일부 차관은 18일 세계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최근 북한의 잇따른 고강도 대남 비난과 도발에 대해 “북한의 타깃은 늘 미국이었다”며 “1차적 목적은 남북 긴장 조성을 통해 미국이 한반도에 관심을 갖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북한 경제가 최악의 상황을 겪는 데다 ‘숨통’이었던 북·중 교역까지 급감한 상황에서 미국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한국에 대한 ‘실망감’ 표현은 그 다음 차원으로 봤다. 그러면서 “북한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은 결국 미국과 얘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강도 군사 도발 가능성은.
“일단은 여름 한·미 연합군사훈련 진행 여부를 보고 도발 수위와 양태를 결정할 것이다. 가능성을 보다가 미국 대선에 임박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 여부를 보고 움직일 수 있다. ‘레드라인’을 넘으면 미국을 돌려세울 수 없기 때문에 도발 가능성을 내비치는 정도에서 멈출 가능성도 높다. 그게 사실 북한에 더 유리하다. 가능성은 낮지만,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의 경우 수면 위에서 쏘는 것 정도의 도발도 가능하다. 이 정도의 중강도 도발은 레드라인을 넘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북한이 적대적 태도로 돌아선 근본적 이유는.
“1차적인 목적은 남북 긴장 조성을 통해 미국이 한반도에 관심을 갖게 하는 것이다. 분단 70년의 역사에서 보면 북한은 남한을 통일 대상으로 보고, 이걸 가로막는 게 미국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북한의 기본적인 타깃은 늘 미국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다만 2018년부터는 한국에 대한 다른 기대가 있었다. 가능성을 크게 보지는 않았겠지만, 남쪽이 뭔가 새로운 방법을 통해 미국과 별개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게 안 되니 불만이 커졌다. 또 최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두산 칼바람 정신’이라고 해서 독자적인 경제 건설을 강조하는데 잘 안 되니 외부에 문제되는 세력(남한)에 그 탓을 돌리려는 측면도 있다고 봐야 한다.”
―우리 정부는 어떻게 해야 할까.
“말로는 ‘강 대 강’을 하더라도 대화를 통해 북한을 변화시킨다는 기본 입장을 바꿀 필요는 없다. 2002년 김대중정부 시절 서해교전이 발생했지만 금강산 교류협력은 계속됐다. 절제된 태도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서 북한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은 미국과 얘기해야 한다.”
―미국과는 무엇을 얘기해야 하나.
“북한을 움직일 카드는 우리가 갖고 있지 않다. 강력하게 제재하건, 인센티브를 주건 결국 미국과의 협력을 통해 해야 하는 것이다. 북한은 이중적이다. 숨을 땐 철저하게 숨어도 (상황이 개선돼) 나올 땐 나온다. 70년의 동일한 패턴이다. 미국과의 공조를 통해 북한이 원하는 것을 조건부로 일부 주고 북한이 대화의 틀로 들어오도록 해야 한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쏜다거나 하기 전까지는 기회가 있다. 미국한테는 북한이 반응한다. 북한이 처음에는 성에 차지 않더라도 적어도 상황 악화를 막고 여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