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목이 떨어져 있는지도 모릅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생살여탈권(生殺與奪權)을 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첫 심리가 열린 18일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뼈 있는’ 한마디를 던졌다. 항소심에서 당선 무효형인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고 상고한 이 지사는 이날 첫 심리가 신경 쓰이는 듯 초췌한 모습이었다. 그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남겨두고 있다.
이 지사는 이날 오후 경기도청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에서 “오늘 대법원에서 죽일까 살릴까 결정하는 심리를 한다는데 (제) 상태가 이미 목이 떨어져 있는지도 모른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제 마지막 순간이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이날 회의를 신임 이형철 행정2부지사와 이홍우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장을 소개하며 시작했다.
이어 자칫 흐트러질 수 있는 도정을 다잡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언급하며 “실·국에서 각별히 관심을 갖고 철저히 추적 관리해달라”고 당부했다.
또 익명게시판을 거론하며 인사의 공정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 지사는 “(일부) 공무원들의 인사에 대한 우려나 피해의식 같은 게 보인다. 인상 평정의 공정성에 의문이 간다는 글도 있다”면서 “의문을 가지는 사람을 줄이는 게 중요하고 조직 안정에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각별히 신경 써서 불만이 나오지 않도록 기회를 공평하게 부여해달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주력해온 계곡의 불법 시설물 해체와 관련해선 ‘행정의 권위’를 내세웠다. “(일부 음식점 주인들이) 이러다 말겠지 하다 보니 개선돼야 할 사항이 개선되지 않고 반복되는 경향이 있다”면서 “말하면 반드시 지킨다는 게 행정의 권위”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이달 말까지 시·군 자율단속에 맡긴 뒤 다음 달 다시 도가 현장 단속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적극적인 조처를 하지 않은) 일선 공무원뿐 아니라 부단체장 이하 지휘라인에 대해 엄정 책임을 묻겠다”고도 했다.
앞서 이 지사는 대법원이 자신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사건을 전원합의체로 회부한 지 하루 만인 지난 16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대한민국 인권의 최후 보루인 대법원의 양식과 정의, 그리고 사필귀정을 믿는다”고 토로한 바 있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