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찍소리’가 전매특허?” vs 하태경 “北에 찍소리도 못하면서”

탈북민단체 대북 전단 살포 놓고 설전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미래통합당 하태경 의원이 18일 남측 탈북민들이 뿌린 대북 전단을 놓고 잇따라 설전을 벌였다. 

 

이 지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경기 의정부의 한 가정집 위에서 발견된 대북 전단 낙하물 사진을 올리고, 이를 가리켜 ‘살인 부메랑’ ‘괴물체’라며 엄벌 의지를 나타냈다.

 

이 지사가 공개한 사진에선 대북 전단 낙하물에 다수의 전단과 함께 식료품이 묶여있었다. 이 낙하물로 인해 가정집의 지붕이 일부 파손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지사는 “이 대북 전단은 지난 5월쯤 한 탈북민단체가 오두산전망대에서 살포한 것과 동일한 내용물”이라며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사건은 살포된 대북 전단이 북측이 아닌 우리 민가에 떨어지고, 자칫 ‘살인 부메랑’이 될 수 있으며, 접경지대에 속하지 않더라도 그 피해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또 “자칫 길을 걷던 아이의 머리 위로 이 괴물체가 낙하했더라면 어떠했겠습니까?”라며 “상상조차 하기 싫은 끔찍한 일”이라고 되뇌었다.

 

이 같은 이 지사의 지적에 미래통합당 하태경 의원은 “북한에는 찍소리도 못하면서 탈북민만 잡고 있다”고 반박했다. 하 의원은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재명 지사가 상황 파악을 전혀 못 하고 요란한 쇼를 연출했다”며 “북한의 연이은 도발로 전단은 구실일 뿐, 이번 사태의 본질이 아님이 명확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쇼’를  좋아하는 이 지사가 정말 경기도민의 안전을 걱정한다면 판문점 앞에 가서 1인 시위라도 하셔야 하는 것 아니냐. 북한이 공언한 것처럼 조만간 대남 전단을 살포하면 대부분 경기도에 떨어지는데 이 지사가 그땐 어떻게 대처할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자유북한운동연합 회원들이 지난달 31일 새벽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 성동리에서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얼굴이 그려진 인쇄물을 들고 대북전단 등을 담은 대형 풍선을 북으로 띄워 보내고 있다. 자유북한운동연합 제공

이후 지난 총선에서 통합당 후보로 출마했던 김근식 경남대 교수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법을 들이대더라도 정상적인 상식에 맞춰야 한다. 전단살포가 홍수도 산사태도 아닌 데 무슨 재난이냐”며 이 지사를 공격했다.

 

결국 싸움은 확전됐다. 이 지사는 다시 ‘어처구니없는 하태경 의원 김근식 교수님 정치 선동’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국가안보와 국민안전을 외면한 채 정략적으로 대북자극하는 가짜 보수들은 아직도 자신들이 왜 국민에게 심판받았는지 모르고 있다”며 반박했다.

 

그는 또 “무책임하게 날린 대북 전단 대부분이 우리 민가에 떨어져 주민의 생명을 위협하고 쓰레기가 되는 것을 보고도 그런 말씀을 하신다면 이건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무지 또는 악의”라고 말했다.

 

탈북단체 '큰샘' 회원들이 18일 서울 강남구 일원동 일대에서 북한에 보낼 쌀을 페트병에 담고 있다. 이들은 오는 21일 강화 석모도에서 페트병에 쌀과 마스크를 담아 북한에 보낼 예정이다. 뉴시스

하 의원을 겨냥해선 아예 “무책임하게 입에서 나오는 대로 ‘찍소리’하시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경기도민이 선출한 공직자로서 경기도민의 안전과 국가안보를 위해 심사숙고해 어렵게 만든 남북 간 신뢰가 깨지지 않도록 꼭 필요한 일을 찾아 하겠다”고 반박했다.

 

또 “실익은 없이 대중을 선동하며 상황만 악화시키는 ‘찍소리’는 하 의원의 전매특허인 듯하니 본인이 많이 하시고 제게는 강요하지 마시기 바란다”고 공격했다.

 

이 지사는 마지막으로 “아무리 비싸고 더러운 평화도 이긴 전쟁보다는 낫다는 사실을 두 분께서도 알아주시면 좋겠다”는 말로 글을 마무리했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