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라서 여자라고 한 건데 빵빵 터져” 개그우먼들이 털어놓은 외모 관련 비애 (다큐 개그우먼)

 

개그우먼 박나래, 김지민, 오나미가 대한민국에서 개그우먼으로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보냈던 과거를 회상했다. 특히 개그우먼의 외모와 관련된 편견과 비애를 털어놓았다.

 

박나래, 김지민, 오나미는 지난 18일 방송된 KBS1 ‘다큐 인사이트 - 다큐멘터리 개그우먼’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개그우먼으로 출연, 데뷔 때와 무명 시절 등을 돌아봤다.

 

‘연인’이라는 코너로 신인상을 받은 김지민은 “인지도는 올라갔지만 ‘개그우먼이 왜 예쁜 척해?’라고 욕을 너무 많이 먹었다”며 데뷔 때부터 따라다닌 ‘미녀 개그우먼’이라는 이미지의 숨겨진 이면을 이야기했다.

 

오나미는 “내가 들어왔을 때 선배들한테 ‘이번엔 너구나’라는 말을 들었다. 그때까지는 내가 못생겼다는 생각을 안 했고 ‘귀엽다’라는 말만 들어왔다. 그런데 ‘귀엽다’의 뜻을 개그맨이 돼서야 알았다”고 말했다. 당시 ‘너구나’라는 말이 외모를 비하하는 의미였다는 뜻.

 

이어 “‘너 뭐야?’라고 물으면 ‘난 여자다’라고 답하는 게 내 첫 대사였다. 난 여자라서 여자라고 한 건데 무대가 빵빵 터졌다. NG가 7번 났다. 난 웃길 줄 모르고 한 건데, 그게 그렇게 웃겼던 거다. 그래서 동기들 중에 그나마 이름을 빨리 알렸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당시 최연소·비공식 차석 합격자로 개그맨 시험을 통과했다는 박나래는 “내가 개그계를 뒤집어놓을 거라는 환상이 한 달 만에 깨졌다”고 고백했다. 박나래는 “‘개그콘서트’ 회의실에 출근해서 서울대 입학한 전교 1등이 느끼는 자괴감을 느꼈다. 나는 늘 전교 1등이었는데, 모아놓고 보니까 다들 전교 1등이었던 거다”고 말했다. 처음 만든 캐릭터도 비호감이라는 반응에 내려야 했다고 회상했다.

 

그러자 김지민은 “한번은 나래가 취해서 ‘사람들이 나를 못 받아들여서 너무 힘들다. 캐릭터를 바꿀까 한다’고 했다. 나도 술김에 ’지금은 시대가 너를 안 받아줄 뿐이다. 난 네 망나니 같은 모습이 너무 좋다. 지금처럼 쓰레기처럼 살면 언젠가 시대가 변해 널 받아주는 날이 올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박나래는 “나는 얼굴로 웃기는 개그를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얼굴이 웃음을 주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는 걸 알게 됐다. 그 당시에는 그게 용납이 됐다”며 “개그를 위해서라면 이 한 몸 불사르겠다. 개그우먼들도 웃통을 까는 시대가 와야 한다. 보여줄 게 아주 많다”고 미래에 대한 포부를 드러냈다.

 

최승우 온라인 뉴스 기자 loonytuna@segye.com

사진=KBS 유튜브 영상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