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코로나 2차 대유행

인류 최대의 재앙이던 스페인독감은 세 차례 유행 파동을 보였다. 1918년 봄 유럽에서 시작해 9∼11월 세계적인 2차 유행을 거쳐, 1919년 초 3차 유행으로 끝났다. 2차 유행의 규모는 1차의 5배 이상이었다. 사망자 수는 5000만∼1억명으로 1차 세계대전 사망자의 2∼4배였다. 한반도에 스페인독감이 강타한 것은 2차 유행 때로, 14만명이 희생됐다. 감염병은 단발로 끝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2009년 신종플루 역시 스페인독감처럼 2차 유행의 파급력이 더 컸다.

올해 초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되자 날씨가 따뜻해지면 한풀 꺾일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4월에 기온이 높아지면 코로나19가 없어질 것”이라고 장담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결과적으로 망신을 샀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막강한 생존력을 갖고 있다. 섭씨 60도에 1시간 둬도 여전히 바이러스 복제가 진행된다는 사실이 최근 국제 학계에 보고됐다. 기온의 영향을 기대했던 전문가들도 “바이러스 전파는 기온 외에 다른 요인이 훨씬 많다”고 물러섰다. 더위도 코로나19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갈수록 심상치 않다. 어제 전 세계에서 확진자가 18만명 넘게 발생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특히 본격적인 겨울철로 접어든 남미에서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인다. 브라질·페루에선 어제 3만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중국은 수도 베이징에서 두 달 만에 환자가 쏟아져 나와 비상이 걸렸고, 미국은 22개 주에서 신규 확진자가 증가세로 돌아섰다. 우리나라도 생활방역으로 전환한 뒤 전국에서 확진자가 급증해 애를 먹고 있다.

코로나19 2차 대유행 경고음이 요란하다. 미국의 감염병 전문가인 윌리엄 셰프너 밴더빌트대 교수는 “2차 유행이 시작됐다”고 단언했다. 미국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의 앤서니파우치 소장은 “코로나 악몽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수준을 당장 높이지 않으면 2차 대유행이 가을보다 일찍 닥칠 수 있다고 한다. 백신이나 치료제 중 하나는 있어야 하는데 개발이 더디다. 손 씻기, 마스크 착용, 거리두기 등 어느 것 하나 긴장의 끈을 늦춰선 안 된다.

채희창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