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 대남 위협에 이어 군사행동을 예고하자 미국이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와 한·미 연합훈련 재개의 가능성을 열어두며 경고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한·미 국방장관은 조만간 화상회의를 열어 두 사안을 다룰 것으로 보인다.
데이비드 헬비 미 국방부 인도·태평양 안보담당 차관보 대행은 18일(현지시간) 화상 기자간담회에서 한·미 연합훈련과 전략자산 전개에 대해 “우리의 동맹인 한국과 긴밀하고 개방적이며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동맹으로서 한국 국민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연합 억지력 및 방위 능력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을 보장하기 위해 우리의 동맹 한국과 지속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에 대해 한·미가 의견을 조율 중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분명한 대북 경고 메시지를 보내면서 북의 추가 도발을 차단하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헬비 차관보 대행의 발언은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브룩스 전 사령관은 전날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주최한 한반도 상황 관련 화상세미나에서 “북한이 스스로 도를 넘었다는 불안감을 느끼게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략폭격기, F-35 전투기, 항공모함과 핵잠수함 등 전략자산이 북한을 압박할 수 있는 선택 방안”이라고 제시했다.
◆“전략자산 전개시 北 공포감 상상 초월”… 대결 국면 격화 가능성
헬비 차관보 대행은 ‘가까운 미래에 북한의 추가 도발을 예상하느냐’는 질문에는 “북한은 어려운 표적들 가운데서도 가장 어려운 표적”이라며 “앞으로 며칠 내, 몇 주 내에 어떤 일이 펼쳐질지 말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그는 “그러나 우리가 어떠한 종류의 위협과 도발에도 방심하지 않고 계속 경계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 군 관계자는 “미 정부 차원에서 여차하면 한·미 연합훈련과 전략자산 전개 등을 통해 대북 군사적 압박에 나설 개연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의미”라며 “미군 전략자산이 한반도로 전개될 경우 북한이 느낄 공포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물론 이에 따른 ‘강대강’ 대결 국면이 격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전망했다.
천안함 폭침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던 시절을 되돌아보면 향후 미군 행보를 추정할 수 있다. 일단 일본 이와쿠니·요코다·가데나 기지에 있는 F-22 랩터와 F-35 라이트닝 등 스텔스 전투기를 한반도 상공으로 전개한다. 이어 핵무기 투하 능력 있는 B-1B 랜서, B-2A 스피릿, B-52H 스트래토포트리스 ‘3대 전략폭격기’가 출격한다. 미군 항공모함의 등장도 뺄 수 없다.
북한의 천안함 폭침에 대응해 2010년 7월 25일부터 28일까지 동해에서 실시된 한·미 연합훈련 ‘불굴의 의지’(Invincible Spirit) 작전이 재연될 수도 있다.
불굴의 의지 작전은 2016년에도 미 항모 로널드 레이건호 등 대규모 한·미 연합전력이 참가해 탄도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등으로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북한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2017년 11월에는 로널드 레이건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함 등 핵추진 항공모함 3척이 처음으로 동해상에 집결해 우리 해군 함정과 연합훈련을 실시한 바 있다.
한·미는 연합훈련 기간에 해군 함정에 장착된 순항미사일 등을 이용, 유사시 북한 지휘부 시설 및 핵시설을 정밀타격하는 훈련을 진행했다. 또 북한 특수부대를 태운 공기부양정 등 후방으로 침투하는 특수전 전력을 격멸하는 대특수전부대작전(MCSOF) 훈련을 동시다발적으로 펼쳤다.
◆한·미 국방장관 뭘 논의하나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 국방부 장관의 화상회의도 예고됐다.
국방부 당국자는 19일 “한·미 양국 간 (화상회의 날짜를) 조율 중인 것으로 안다”며 “늦어도 이달 중으로 화상회의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군 당국은 코로나19로 매년 싱가포르에서 열리던 아시아안보회의인 ‘샹그릴라 대화’가 올해 취소됨에 따라 이달 중 화상회의 방식의 양자회담을 추진해 왔다. 그러다 북한이 군사행동을 예고하자 회의 날짜를 앞당기기 위해 협의 중이다.
이번 회의에서는 북한의 무력 도발이 현실화되기에 앞서 미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전개하는 문제와 오는 8월로 예정된 하반기 한·미연합훈련을 어떤 방식으로 개최하느냐 등을 중점 논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도훈-비건 라인’도 가동중이다. 방미중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등 미 행정부 인사들을 만나 최근 한반도 상황 악화를 막기 위한 대북 대응 방안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한·미·일 협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 본부장이 미국에 대북제재 완화를 요청할 것이라고 이날 보도했다.
◆北 구체적 군사행동 없어
군은 이날 북한군 총참모부가 예고한 4가지 계획과 관련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행동은 없다고 밝혔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북한 총참모부 대변인이 말한 4가지와 관련된 직접적인 활동은 확인된 바 없다. 우리 군은 24시간 감시 태세와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는 17일 비무장지대 민경초소 재진출 등의 계획을 발표했다.
박병진 기자, 워싱턴·도쿄=정재영·김청중 특파원 worldp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