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 노조 “이상직 의원이 실질적 사주… 딸·아들도 관여”

240억원대 체불임금 논란 / 노조 “사측이 임금 포기하란 파렴치한 요구까지 해”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가 5개월째 임금을 받지 못했다며 이상직(사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처벌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 의원 측은 회사 경영에 관여 안 한 지 7년째라며 자신과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는 지난 19일 민주당 전북도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스타항공 직원들은 현재 5월째 이어지고 있는 임금체불로 고통받고 있다”라며 ‘실질적 사주’인 이상직 의원을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회사가 매각대금 545억원 규모로 제주항공에 매각될 예정인데, 대주주들이 돈만 챙기려 할 분 240억원대에 달하는 노동자 임금에는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특히 “급기야 사측은 노동자들에게 체불임금을 포기하라는 파렴치한 요구까지 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실제 이스타항공 사측은 최근 직원들에 “3달 치 임금을 반납하라”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이 의원과 이스타 경영진의 악의적인 범죄를 철저하게 구속수사 해달라는 노동자들의 외침은 외면받고 있다. 정부와 여당인 민주당은 이 의원을 처벌하고 이스타항공 정상화에 나서라”고 했다.

 

19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 앞에서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조합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박이삼 노조위원장은 “경제전문가라고 자칭하면서 전북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공약을 내건 이상직 의원은 전북 인재를 포함한 1600여명의 이스타항공 노동자를 벼랑으로 내몰았다”라며 “전북도민과 노동자를 기만한 이상직 의원을 단죄해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이 의원은 지난 21일 KBS와의 인터뷰에서 “경영에 7년째 관여 안 하고 있다”라며 이번 임금체불 건과 선을 그었다. 그는 21대 총선에서 전북 전주에 출마해 당선됐으며,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도 지냈다.

 

그러나 이스타항공 최종구 대표이사는 이 의원의 최측근이며, 26세 때 이사로 파격 승진한 이수지 브랜드마케팅 본부장(전 상무이사)은 이 의원의 딸이다. 이 의원의 전 보좌관이 전무이사로 있고, 조카 등 친척들도 주요 보직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스타항공의 지분 40%가량 보유한 최대주주 이스타홀딩스는 이 의원의 딸과 아들이 지분 100%를 가지고 있다. 이에 이스타항공 노조는 이 의원이 실질적 사주여서 체불임금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이 의원 측은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는 제주항공이 체불임금을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계약서상 제주항공이 임금체불을 해결해야 하는데 이행을 안 하고 있다는 것.

 

하지만 제주항공 측은 “체불임금을 인수자 측이 해결해야 한다는 명시적인 규정이 없다”라며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