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외교·안보정책을 폭로한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이 미국과 관련국들에서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불과 몇 년 전 정상외교에서 오간 일을 세상에 드러낸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22일 확산하고 있다. 특히 남북관계의 긴장이 최고조로 치솟은 상황에서 향후 북·미관계와 남북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상외교 폭로 부적절 지적
볼턴 전 보좌관은 2018년 3월부터 2019년 9월까지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보좌했다. 현직에서 물러난 지 채 1년도 되지 않은 셈이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이날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여러 외교사안을 이렇게 빨리 폭로한 사례는 거의 유일무이하다”며 “상당히 이례적이고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북한 비핵화에도 악영향 우려
볼턴 전 보좌관은 지난해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에 상당히 입김을 발휘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북핵에 대해서도 ‘리비아식 해법’을 고수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 그가 회고록에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와 회담 진행 상황에 대해 기술한 내용은 대부분 문재인정부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가하기 위한 맥락에서 공개됐다. 향후 미국 조야에서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 부정적 시각을 갖고 올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북·미관계나 남북관계가 비핵화 협상과 연계된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북·미 및 남북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신범철 국가전략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이날 KBS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볼턴 회고록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행위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질 것이기 때문에 동북아나 한반도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신 센터장은 “북한 입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태, 볼턴 전 보좌관의 행태에 머지않아 성명이 나올 것”이라며 “그런 부분까지 고려하면 (북미) 관계를 조금 더 악화시키지 않겠느냐 우려된다”고 전망했다.
다만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MBC ‘시선집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의 폭로로) 갑자기 한반도 문제에서 초강경으로 돌아설 것 같지는 않다”며 볼턴의 회고록이 한반도 문제에 미칠 영향을 제한적으로 봤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