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러시아 선박서 코로나19 집단감염 발생…“해수욕장 개장했는데”

근로자·공무원·도선사 등 55명 밀접접촉자 자가격리 / 항운노조 관계자 “냉동고 영하 25도에 마스크 못껴” / 지난 주말 해운대 해수욕장 방문객 4만 여명 몰려
지난 22일 부산 감천항에 입항한 러시아 국적 냉동 화물선인 A호(3401t). 부산=연합뉴스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이 개장한 가운데 부산항에 입항한 러시아 선박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나오면서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22일 국립부산검역소와 부산시 등에 따르면 지난 21일 오전 8시 부산 감천항에 입항한 러시아 국적 냉동화물선 A호(3400t)의 선원 21명 중 16명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다만 음성판정을 받은 5명도 의심스러워 추가검사를 할 수있다고 검역소 관계자는 전했다.

 

확진된 선원과 음성 판정이 나온 선원 등은 현재 A호에 격리된 상태이며, 이들 확진자는 음압병상이 마련되는 금일 오전내로 병원으로 이송될 예정이다.

 

또한 A호에 승선해 하역작업을 한 항만근로자와 세관 공무원, 도선사 등 55명을 밀접접촉자로 분류해 자가격리 조치했으며, 부산시에서 이들에 대한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러 선원들 모두 현재 선내에 격리된 상태로 대기하고 있으며, 이중 확진 판정을 받은 선원들은 부산의료원 등지로 이송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A호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항을 출항해 지난 19일 오전 10시 부산항에 입항해 이틀 뒤인 21일 오전 8시 감천항에 정박한 것으로 확인됐다.

 

A호의 선장은 1주일 전 발열 증세가 나타나 러시아 현지에서 하선한 이후 이날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항운노조 관계자는 ”두 선박에 승선해 작업한 노조원들이 선박 내 냉동고 온도가 영하 25도에 달하는 등 작업 여건상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못했고, 육상 조합원 역시 무더운 날씨 때문에 작업 시 마스크를 착용하지 못했다”며 부산시 등 방역당국에 신속한 검사 등을 요청했다.

 

이어 관계자는 “감천항 러시아 선원들이 대거 양성판정을 받고, 파악되지 않은 접촉자가 다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각 지부에 조합원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방역지침을 철저히 점검할 것을 당부했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강원 속초해수욕장이 더위를 식히려고 찾은 관광객과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속초=연합뉴스

 

한편 지난 21일 개장한 해운대 해수욕장에는 4만여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 방문객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쓰고 있었고 파라솔과 텐트를 설치할 때도 1~2m 거리두기를 유지했지만 일각에서는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하고 있다.

 

현재 해수욕장은 강원도 속초, 충남 대천, 제주 함덕 등 전국적으로 개장한 상태이다.

 

권준욱 방대본 부본부장은 “해수욕도 결국엔 집단모임(mass gathering)의 일종”이라며 “밀집도를 떨어뜨리기 위해 거리두기와 인원 제한, 야외이긴 해도 마스크를 벗거나 음료를 마시는 행위 등을 고려해 지침을 만들어 안내했다”고 밝혔다.

 

지침에 따르면 해운대·경포대 등 연간 30만명 이상이 이용하는 대형 해수욕장에선 2m 간격을 두고 구획면을 나누고 파라솔을 설치해야한다. 당국은 파라솔 등을 사용하는 이용자를 대상으로 개인정보를 기록하게 해 확진자 발생 시 접촉자를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