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측근, 일제히 ‘볼턴 깎아내리기’ 총공세

트럼프 “무능한 거짓말쟁이” 맹공 / 폼페이오 “형사범으로 기소될 것” / 회고록 국내외에서 파장 크지만 / 전문가들 “北 비핵화 영향 없을 듯”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왼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이 미국 안팎에서 커다란 파문을 일으키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측근 인사들이 일제히 볼턴 깎아내리기 공세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그는 무능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존 볼턴에게 기회를 줬으나 그는 미친 사람으로 여겨졌고, 호감을 얻지 못해 상원의 인준을 받을 수 없었던 사람”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는 대단히 무능하고 거짓말쟁이로 판명났다”면서 “판사가 기밀정보라고 한 의견을 보라”고 지적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날 폭스뉴스와 회견에서 “볼턴의 주장은 허구이고, 정말로 웃기는 얘기”라며 “그가 형사범으로 기소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도 “복수의 고위 당국자들이 공개적으로 그의 거짓말을 폭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세라 샌더스 전 백악관 대변인도 가세했다. 샌더스는 곧 출간할 예정인 자신의 회고록 ‘나를 대변하며’의 내용을 트위터에 올려 백악관에서 볼턴이 스스로 대통령 행세를 했고, 안하무인이어서 ‘왕따’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샌더스는 특히 트럼프 대통령을 수행해서 외국을 방문할 때 볼턴이 대통령 전용기를 타지 않고 별도의 항공편을 이용했다고 전했다. 또 영국을 방문했을 당시에 볼턴이 만찬장으로 이동하는 수행원 버스에 탑승하지 않고 별도로 이동하자 믹 멀베이니 당시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이 “존, 나하고 한 판 붙자. 당신은 독선적인 개XX”라고 욕을 퍼부었고, 이들 지켜보던 백악관 직원들이 멀베이니와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속이 시원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샌더스가 전했다.

 

백악관은 법원에 제출한 자료에서 볼턴의 저서 내용 중 한반도 관련 내용을 포함한 415곳가량의 수정과 삭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백악관은 북·미 정상회담 뒷얘기 등을 다룬 두 개의 챕터에서 110개가 넘는 수정, 삭제 의견을 냈다.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이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데 대해 미국의 전문가들은 “심증을 굳히게 된 것뿐”이라며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이날 ‘미국의소리’(VOA)방송에서 “이미 많은 사람들이 짐작하던 바를 확인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마크 피츠패트릭 전 국무부 비확산 담당 부차관보는 “북한은 이 책을 읽으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에 대해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 점과 볼턴이 북한을 얼마나 싫어했는지 확신을 가질 것”이라며 “볼턴이 떠나고 트럼프가 남아 있다는 데 행복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국기연·정재영 특파원 ku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