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폐현수막 재활용 4분의 1에 불과… 환경부 독려 ‘공염불’

총 1739t 중 절반가량 태워버려 / 21%는 처리 못 한 채 방치 상태 / 지자체별로 재활용률 ‘천차만별’ / 대전·세종·인천 등 6곳 10% 안 돼 / 지역마다 업체 수 등 격차 큰 탓 / “재활용시장 육성 정책적 지원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기간 전후로 발생한 폐현수막 쓰레기가 1739t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2.5t 쓰레기차 기준 695대 분량이다. 정부는 선거 후 폐현수막 재활용을 강조해왔지만, 이 가운데 4분의 1만 재활용됐다. 재활용률이 90% 가까이 이르는 지방자치단체도 있었지만 반대로 10%도 재활용하지 못한 지자체도 6곳이었다. 전문가들은 지역별 편차가 큰 만큼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23일 세계일보가 환경부로부터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제출받은 ‘2020년도 선거용 현수막 발생량 및 처리현황’에 따르면, 21대 총선 예비후보자의 선거운동이 본격화한 올해 1월부터 선거 이후 폐현수막 처리가 이어진 지난달까지 발생한 전국의 폐현수막은 1739.2t(자료 미제출한 제주도 제외)에 달했다.

이 폐현수막 중 재활용돼 새로운 쓰임을 찾은 경우는 407.9t으로 전체의 23.5%에 그쳤다. 재활용되지 못한 폐현수막 중 대다수는 소각(830.4t)됐고, 지자체에서 아직 처리하지 않은 채 보관(376.8t)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지자체별 재활용률을 살펴보면, 울산이 88.5%로 가장 높았고, 경남(58.8%), 대구(54.9%) 등의 순이었다. 재활용률이 0%인 대전과 세종을 포함해 인천(1.4%), 경북(4.8%) 등 6개 지자체는 재활용률이 10% 미만이었다.

대전시 관계자는 “이번 총선 기간에는 우연찮게 재활용이 없었던 것이지, 지속적으로 재활용을 해왔다”며 “향후 보관 중인 폐현수막에 대해 재활용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환경부가 지난 4월 추진한 ‘현수막 등 총선 선거홍보물 재활용 대책’에 따라 진행됐다. 당시 환경부는 전국 지자체에 폐현수막 재활용 지침 등을 배포하며 선거에 사용된 현수막이 최대한 재활용되게 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이후 처리실적을 지난달 말까지 제출하게끔 했다. 또 환경부는 지침 배포와 함께 전국의 폐현수막 재활용 기업 및 사회적 기업 목록을 공유하면서, 각 지역 여건에 맞게 폐현수막을 재활용하도록 유도했다.

지자체별로 재활용 실적에 큰 차이가 발생한 것을 놓고 환경부 안팎에선 여러 분석이 나온다.

폐현수막 재활용 업체의 지역별 편차가 큰 탓이라는 현실적 이유도 언급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재활용 업체들이 생존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부터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환경부 관계자는 “해당 지자체에서 발생한 폐기물은 그 지자체에서 처리하다 보니, 폐현수막을 재활용하는 업체나, 허가업체가 없는 곳은 재활용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실적이) 낮게 나온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실제 환경부가 폐현수막 처리현황과 함께 공개한 ‘폐현수막 소재 업사이클 제품 생산기업 목록’ 및 ‘폐현수막 활용 가능한 환경형 예비사회적기업 목록’을 살펴보면, 총 33개 재활용 업체 중 23곳이 수도권에 위치했고, 부산(2곳)을 제외하면 지자체에 재활용 업체가 없거나 1곳에 불과한 경우가 많았다.

이동훈 서울시립대 교수(환경공학)는 “환경성으로 봐서는 (재활용을)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만, 환경부가 이런 걸 권장하려면 (업체들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틀부터 만들어줘야 한다”며 “정부와 지자체가 업체들을 지원할 방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업체가)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각 지자체의 폐현수막 재활용 계획을 바탕으로 우수 사례를 선정했다. 최우수 사례는 폐현수막을 가공처리한 후 이를 건축자재로 생산해 아이스팩 수거함 등을 만들겠다고 한 경기도가 뽑혔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