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맥 댓 잔 원해"… 한밤중 공무원 33명 호출한 군수 '갑질 논란'

장흥군수 "앞으로는 모임 신중하게 할 것"

“존경하고 사랑하는 실·과·소장, 읍·면장 여러분 군수 정종순입니다. 늦은 시간이오나 오늘 기분이 좋고도 나빠 치맥 댓 잔 하고 싶어 OO에 있습니다. 가능하면 33명 다 보고 싶습니다. 부군수님은 필히 나오시길. 기다립니다.”

 

정종순 전남 장흥군수가 한밤중 간부 공무원 전체를 술자리에 호출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직장 내 갑질’ 논란이 일고 있다. 

 

24일 장흥군 등에 따르면 정 군수는 지난 4일 오후 9시 38분쯤 군 간부 공무원들이 참여한 SNS 단체 대화방에 이른바 ‘번개 모임’을 제안했다. 정 군수의 메시지가 올려진 후 대화방에는 “네 알겠습니다”라는 답변이 줄을 이었다.

 

호프집에는 20명가량이 불려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장흥군 안팎에서는 소통을 위한 자리일지라도 늦은 시간 전원 참석을 강요하는 듯한 군수의 처신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이달 말 정기 인사를 앞둔 시점인 탓에 공무원들은 군수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술자리에서는 공무원들끼리 서로 언성을 높이는 일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 군수는 “면장과 사무관들이 서로 말을 편하게 주고받는 과정에서 목소리가 다소 커졌을 뿐”이라며 “그동안 직급별로 산행, 식사, 호프 타임 등으로 소통을 했지만 정작 간부 공무원들과 기회가 없어서 자리를 마련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격의 없이 소통하려는 차원이었지만 앞으로는 이런 모임도 더 신중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장흥=한승하 기자 hsh62@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