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주장하더니..소녀상 한국인도 철거 원해” 日 우익 반긴 국내 보수단체 시위 [이동준의 일본은 지금]

미소짓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 24일 한국의 한 보수단체가 위안부 강제동원을 부정하고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최근 지지율 하락에 고전하는 아베 총리에겐 반가운 일일 듯하다.

 

24일 수요일 서울 옛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자리에서 목소리를 높인 보수단체가 일본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이날 보수단체 등 관계자 100여명은 정의기역연대(정의연)가 수요시위가 진행하던 자리를 선점하고 일제강점기 위안부 강제동원을 부인하며 소녀상 철거와 정의연 해체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모습은 일본 우익들에게 매우 반가운 일이다.

 

아베 신조 일본 정부를 비롯해 역사 왜곡을 위해 망언도 서슴지 않으며 밤낮으로 노력하는 자신들(우파)을 대신해 그것도 극심한 비판을 쏟아내는 한국의 서울 한복판에서 한국 사람 수백여명이 모여 위안부 강제동원을 부정하고 소녀상마저 철거하라고 목청을 높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부 보수단체 및 회원들의 모습은 일본 우익성향 언론에게도 매우 고맙고 기분 좋은 특종감이다.

 

이날 옛 대사관 인근 연합뉴스 사옥 앞에서 정의연의 1445차 정기 수요시위가 진행됐지만 일본 언론의 카메라는 자신들을 대변하는 보수단체에 초점이 맞춰졌다.

 

일본이 반일단체로 규정한 정의연은 일제 군부에 의해 식민지 여성들에게 저질러진 명백한 전쟁 범죄 합리화를 규탄하고 일본의 반성을 촉구하니 일본으로선 골치아픈 반일단체인 것이다.

 

실제 이날 일본 우익성향의 후지TV 등 일부 언론은 정의연 시위는 특정 언급 없이 “한국의 한 단체가 소녀상 앞에서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면서 “(일부 보수단체에게) 반대하는 학생들이 저항해 경찰이 출동하는 등 혼란스럽다”고 전했다.

 

우익성향 언론 보도는 우파와 누리꾼들에겐 큰 자극이 된다. 매체가 자세한 언급을 하지 않더라도 다양한 추측과 비판을 비롯해 위안부 강제동원 피해를 부정하는 글 등이 잇따른다.

 

특히 이러한 보도는 일본 우파 등 일부에겐 한국의 주장을 반박하는 근거가 되는데 이들은 앞서 일본 언론이 전한 일부의 모습을 근거로 “위안부 피해 주장하더니 그 상징인 소녀상을 한국인 수백명이 모여 철거를 원한다”고 주장하며 “위안부 피해는 없다”는 일본 정부 입장을 반복해 외친다.

’반아베반일 청년학생공동행동‘ 회원들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자신들의 몸을 소녀상과 묶고 연좌농성을 하고 있다. 일본 언론이 언급한 ’학생들‘이 이들은 말한다. 이들은 오는 24일 윤 대표 사퇴 등을 주장하는 보수단체 자유연대가 수요집회를 진행하는 정의연보다 먼저 집회를 신고해 소녀상을 지킨다며 농성을 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과 입장을 달리하는 일본 언론이 아베 정부 입장을 대변할 수 있고 실제 발생한 일을 전한 것이기에 “아니다”라고 반박은 어렵지만 입맛에 맞는 뷔페식 보도는 아쉬운 대목이다.

 

◆정의연 “상처투성이 돼도 이 자리에 있을 것”

 

한편 이날 수요시위의 마지막 순서인 ‘경과보고’는 보수단체 및 구성원들에게 빼앗긴 수요시위의 장소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나영 이사장은 1992년 1월 미야자와 기이치 당시 일본 총리의 방한을 앞두고 열린 첫 시위 이래로 매주 이어진 수요시위가 ‘피해 생존자들의 고통과 아픔, 상실감과 좌절감이 얽혀있는 자리’, ‘낙인과 배제, 고통과 죽음을 이겨낸 존엄과 생명의 자리’였다고 의미를 짚었다.

 

이어 “밀려나고 빼앗기고 탄압받고 가슴이 찢기고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되어도 이 자리에 있을 것”이라며 “그것이 힘겹게 세상에 나와 역사적 진실을 위해 싸우다 고인이 되신 피해자들의 유제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정의연은 늘 자리에 같은 자리에 있겠다고 했다. 이 점을 일본 언론이나 우파들도 기억해 특정 일부가 아닌 대다수 한국 사람들의 진정한 목소리를 들었으면 한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