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전격적인 대남 군사행동 계획 보류 지시에 대해 청와대 등 드러난 정부의 반응은 신중모드였다.
물밑에선 북한의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 악재만 이어지던 최근 상황과 비교해 남북관계를 재정비할 시간을 벌었다는 것에 안도하는 기류도 엿보인다.
그럼에도 북한이 대화 신호를 보낸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기류도 읽힌다. 북한이 강경방침을 천명했을 당시부터 청와대 내에선 “적극적인 대화가 되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북한 나름의 메시지”라는 분석이 존재했다.
통일부도 “상황을 지켜보겠다”며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금일 북측의 보도를 보았고, 이 보도를 면밀하고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남북 간 합의는 지켜야 한다는 정부의 기본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이와는 별도로 대북전단 살포 등 남북 간 긴장을 조성하고 접경지역 주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단호하고 엄정하게 대처해 나갈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차원에서 대북전단 살포 문제를 방치하지 않고 강도 높게 대처해 북한의 이번 군사행동 보류 조치에 호응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군은 대비태세 지속
우리 군은 북한의 태도가 돌변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대남 군사행동 보류는 긴장완화에 도움이 되는 조치다. 그렇다고 북한이 대남 위협 내지 도발을 완전히 중단했다고는 보지 않는다”며 “안정적인 상황관리를 위해서는 당분간 북한군의 동향을 면밀히 감시하고 군사대비태세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도 이날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 북한의 대남 군사행동 보류에 대한 평가에서 “24시간 북한의 동향이나 움직임을 확실하게 보면서 확고한 군사대비태세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대북전단 추가 살포를 계기로 북한이 다시 군사행동을 할 수 있다는 지적에 “과거에도 고사총 발사 사례가 있기 때문에 충돌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보도에서 대남 군사행동 계획들의 ‘보류’라는 표현을 쓴 것도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분석에 힘을 싣는다. 그동안 늘 앞에서는 평화를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뒤에서는 도발을 준비해온 북한의 행동, 화전양면전술의 경험 때문이다.
신종우 국방안보포럼 분석관은 “아직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문제가 해소됐다고 평가하지 않고 있는 데다 미국 전략무기 한반도 전개와 오는 8월 한·미 연합훈련이 재개된다면 북한의 태도는 돌변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럴 경우 새로운 전략무기나 SLBM 시험 발사 등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병진·백소용·박현준 기자 worldp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