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차기 살인' 태권유단자들, 징역 9년…"죄질 매우 나빠"

본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새해 첫날 서울 광진구 한 클럽에서 시비가 붙은 20대 남성을 집단 폭행해 사망하게 한 혐의를 받는 체대생 3명에게 1심 재판부가 중형을 선고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박상구)는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모(21), 이모(21), 오모(21)씨에게 25일 오후 각각 징역 9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들에게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 비록 처음부터 살해 공모를 안 했어도 폭행 당시에는 사망할 수도 있다는 위험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보이므로 암묵적 살인 공모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은 선수로서 전문적으로 태권도를 수련했다"며 "저항 의지를 상실한 채 홀로 선 피해자를 일방적으로 무참히 폭행,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들은 폭행으로 피해자가 한겨울 바닥에 쓰러진 것을 알면서도 어떠한 구호조치도 하지 않고 떠났다"고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만 23세의 미래를 향한 꿈을 품고 열심히 살던 한 청년이 세상에 그 뜻을 펼치지 못한 채 갑작스럽게 고통을 받으며 사망했다"며 "유족은 평생 씻기 어려운 슬픔, 분노, 상처를 호소하며 강력한 처벌을 탄원했다"고 전했다.

 

다만 재판부는 "애초부터 계획적으로 살해하려고 했다거나 적극적 살해 의도는 보이지 않고, 술에 취해 시비 끝에 순간적으로 격분해 충동적이고 우발적으로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며 이같은 부분을 양형에 참작했음을 전했다.

 

검찰은 지난달 26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이들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한 바 있다.

 

재판부는 이씨 측 변호인이 "피해자를 폭행한 적이 없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는 "이씨가 다른 피고인들과 공모해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날 김씨 등은 수의를 입고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로 법정에 들어섰다. 이들은 굳은 표정으로 약 18분 동안 고개를 숙인 채 손을 앞으로 모은 상태로 재판부의 판결 선고를 들었다.

 

검찰은 결심공판 당시 "피고인들은 모두 태권도 4단 유단자로 전국대회에서 우승하고 국가대표 선발전에도 나간 경험이 있다"며 "피고인들은 태권도 시합 때 머리보호구를 써도 발차기를 당할 경우 의식을 잃고 쓰러질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보호장구 없는 피해자의 급소가 집중된 머리와 상체 부위에 발차기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들은 피해자가 의식이 없는데도 재차 얼굴에 발차기를 한 뒤 방치하고 현장을 이탈했다"며 "이들은 자신들의 행위로 사망가능성, 위험이 있음을 미리 인식했다고 보기 충분하다. 살인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보여진다"고 주장했다.

 

김씨 등은 올해 1월1일 새벽 광진구 화양동의 한 클럽에서 피해자와 시비가 붙자 집단 폭행해 결국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B씨 등이 피해자의 여자친구에게 클럽에서 '같이 놀자'며 접근하다 피해자와 시비가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모두 태권도 전공자인 이들은 싸움이 나자 피해자를 클럽 밖 상가로 끌고 가 집단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는 이 장면을 목격한 시민의 신고로 출동한 소방대원들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머리에 심각한 부상을 입어 결국 사망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