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애리조나 유세에 참여한 한 연설자가 식품 브랜드 앤트 제미마 로고로 유명한 ‘흑인 유모’ 이미지에 대해 “‘아메리칸 드림’의 표상”이라고 주장해 후폭풍이 거세다. 앤트 제미마의 모기업 퀘이커 오츠 컴퍼니는 자사가 130년간 써 온 이 로고가 인종주의적이란 판단에 따라 최근 브랜드 퇴출 결정을 알린 바 있다.
24일(현지시간) 미국 CNN에 따르면 전날 트럼프 대통령의 유세 행사에 연사로 초청받은 보수 학생단체 터닝 포인트 USA 소속 레이건 에스퀴드가 이 같은 연설을 해 논란이 됐다.
에스퀴드는 “앤트 제미마는 위대한 업적을 삭제당했다”며 “1대 앤트 제미마 역할을 맡았던 여성 낸시 그린은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이었다”고 말했다. 에스퀴드는 앤트 제미마의 모델이었던 낸시 그린이 “미국인들이 지금까지도 아끼는 팬케이크 시럽에 얼굴을 올릴 만큼 자유를 얻어낸 노예였으며, 평등을 위해 싸웠다”고 밝혔다.
에스퀴드의 이 발언은 다음날인 2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엄청난 역풍을 맞았다. 특히 트위터에서 ‘아메리칸 드림’은 이날 오후에만 5만건 넘게 관련 게시물이 쏟아져 실시간 트렌드에 올랐다. 상당수가 에스퀴드의 해석이 역사를 왜곡했다는 비판을 담았고, “미래의 폭스뉴스 앵커감”이란 조롱도 올라왔다.
CNN에 따르면 에스퀴드가 아메리칸 드림을 이뤘다고 평가한 흑인 여성 낸시 그린은 20년간 미 전역을 돌며 팬케이크 반죽을 시연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등 앤트 제미마 모델로 활약했지만 경제적 풍족함을 누린 적은 없었다.
한편, 최근 미국에서 인종차별 항의시위가 확산하면서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숨을 쉴 수 없다(I Can’t Breathe)’ 등 시위 구호의 상표권 등록 출원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한 달 사이에만 관련 상표 출원이 26건에 달했다. 그러나 최초, 독점적 사용 입증이 어려어 실제로 상표가 등록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관측된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