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몰린 쌍용차 평택공장 가보니 [밀착취재]

“하루하루가 불안… 그래도 회사는 살려야죠” / 월급날인데도 직원들 표정 밝지 않아 / “미래가 불안하니 한숨만 늘어” 하소연 / 1∼5월 판매량 작년보다 30% 이상 줄어 / 1분기 손실 2000억… 13분기 연속 적자 / 사측 “신차·전기차 출시 예정돼 재기 가능” / 현장 분위기 다잡으며 재도약 의지 다져
우중충한 공장 풍경 25일 경기도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모습. 이정우 기자

25일 정오 무렵 경기도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사내식당. 사내식당 앞 사보 배포대에 꽂혀 있는 사보 1면에는 ‘버텨야 살 수 있다. 힘 모아 반드시 비상시국 이겨내자’는 제목이 큼지막하게 적혀 있다.

월급날인 이날은 식당 테이블에 치킨을 나눠 주는 ‘치킨데이’이기도 했다. 직원들은 치킨을 나눠 먹으며 담소를 주고받았지만 웃음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식당에서 만난 공장근로자 박모씨는 “지금까지 워낙 어려움이 많았던 회사라 이번에도 다들 덤덤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걱정들이 많다”며 “빨리 좋은 소식이 들리면 좋겠다”고 말했다. 옆자리에 있던 이모씨는 “회사의 미래가 암울하니 한숨만 늘어난다”며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하루하루 불안하다”고 털어놨다.



올해 신차 출시 계획을 세우지 않았던 쌍용차는 지난해에 이미 ‘보릿고개’를 예상했다. 더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자동차 시장 침체와 수출 부진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쌍용차의 올해 1∼5월 판매량은 전년보다 30% 이상 줄었다. 지난 1분기의 손실액만 2000억원이었으며, 연속 적자 기록은 13분기째 이어지고 있다. 공장가동률도 절반 가까이 줄었다. 현재 생산을 멈춘 조립 2라인을 제외한 1·3라인의 가동률은 52%다. 가동률이 줄고 휴업시간이 늘면서 일부 직원들은 인근 공장에서 막노동을 하며 투잡을 뛰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쌍용자동차 경기 평택공장. 뉴시스

상황 개선 징후는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대주주 마힌드라가 투자 철회 방침을 내놓았고, 대주주 지위 포기 의사까지 밝히면서 또다시 운명의 기로에 서 있다. 쌍용차는 정부의 기간산업안정기금 등 자금 지원만 있다면 충분히 재기에 승산이 있다는 입장이지만, 정부와 여론의 회의적인 시각이 부담스럽다. 당장 다음 달 산업은행의 대출 약 900억원의 만기도 돌아온다.

25일 경기도 평택 칠괴동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차량 조립 공정을 진행하고 있다. 쌍용차 제공

쌍용차 관계자는 이날 평택공장에서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올 10월부터 티볼리 에어가 출시되고 내년 초에는 전기차 E100(개발명)도 출시된다”면서 “지금 당장 어렵지만 앞으로도 어려운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구로동 서비스센터 등 비핵심자산을 매각하고 임직원 인건비를 줄이는 등 자구책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며 “정부로부터 2022년 이후의 신차 개발비 지원을 요청한 것이지, 당장 운영비를 지원해 달라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쌍용차는 침체된 현장 분위기도 다잡고 있다. 현장감독자 협의체인 직·공장협의회는 전날 예병태 사장과 면담을 갖고 위기 극복의 의지를 담은 결의문을 전달했다. 협의회 측은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 모두 최선을 다해 살려보겠다는 의지가 어느 때보다 강하다”며 “재도약을 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토로했다.

 

평택=이정우 기자 woo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