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등 스위치 ‘뒤죽박죽’… 곳곳 도색 벗겨져 [김기자와 만납시다]

빌라 인테리어 공사 피해 사례 / 추가 비용 들먹이더니 완공 열흘 넘겨 / 입주 날짜 어겨 이사업체에 위약금 / 선금 3000만원 영수증 못 받아 냉가슴 / 국토부 ‘키스콘’에 업체 등록 조회를

“저처럼 피해를 본 사람들이 있을까 싶어, 다시는 같은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 뉴스에서나 나올 법한 제 사연을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인테리어 작업 중 내벽에서 폐기물이 발견된 경기도 성남의 한 아파트 관련 단독 보도(세계일보 6월15일자 참조)에 자신도 비슷한 일을 겪은 적 있다면서 경험담을 보내온 제보자가 있었다.

 

비슷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만에 하나 있을 피해자가 해결책을 좀더 쉽게 찾도록 돕고자 이처럼 용기를 낸 제보자의 인테리어 피해 경험담을 다듬어 소개한다. 한편 그는 자신의 사례로 선량한 업체가 피해 보지 않기를 원한다고 특히 강조했다. 나아가 거주지와 신원도 공개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혹 인테리어 업체로부터 추가로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걱정하는 눈치였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게티이미지 제공

◆돈 핑계로 늦어진 작업… 전등도 업체 마음대로… 욕실 도색도 벗겨져

 

40대 남성 A씨는 올초 9 9.2㎡(30평)짜리 빌라를 산 뒤 입주를 앞두고 내부 인테리어 업체에 맡겼다. 그런데 처음 공손했던 업체의 태도는 갈수록 이해하기 힘들어졌다고 한다. 추가 비용이 들어간다고 하더니만 작업 속도는 느려졌고, 결국 예정일보다 열흘이 넘어서야 공사를 끝냈다. 공사 마무리 시점에 맞춰 짐을 옮길 날짜를 정했던 A씨는 기존에 예약한 이사 전문업체에 위약금을 물었고, 부랴부랴 화물차를 빌려야 했다.

 

새집에 들어선 A씨는 더욱 난감해졌다. 방마다 2구 전등 스위치가 달렸는데 중구난방이었다고 한다. 한 방에는 위칸 스위치는 방등을, 아래칸은 이에 딸린 베란다등을 각각 끄고 켤 수 있도록 설치해놓고는 다른 방에서는 위·아래 스위치가 반대 전등을 제어하는 식이었다. 욕실과 베란다에서는 바닥 도색마저 벗겨져 있어 도무지 새집이라고 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는 게 A씨의 하소연이다.

 

그는 “동네 사람 등을 거쳐 업체를 알아본 뒤 믿고 맡겼다”며 “공사 대금으로 이미 3000만원가량 지불했으나, 미리 영수증을 받아놓지 않아 피해 보상을 요구할 수단조차 없는 상황에 고개를 떨궈야 했다”고 털어놨다.

 

더구나 문제의 인테리어 업체 관계자는 연락을 끊고 자취를 감춰 연락할 방법조차 없다고 토로했다.

 

A씨는 세계일보에 보내온 전자우편에서 “국토교통부에서 확인해보니 이 업체는 심지어 정식으로 등록된 인테리어 업체도 아니었다”며 “업체 대표를 고소할 생각으로 법률 전문가에게 물어보니, 피해를 증명하기도 어렵고 그 과정도 복잡할 것이라는 말만 들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내 이야기를 들으면 한심하다고 여기겠지만, 나도 이런 일이 생길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비슷한 피해 사례가 있을 것 같아 창피함을 무릅쓰고 내 사연을 알리니, 기사로 작성해 널리 알려 달라”고 부탁했다.

 

A씨는 인테리어 작업 현장을 공개하면 자신의 신원이 드러날 수도 있는 만큼 집 내부를 담은 사진을 따로 보내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피해 겪어도 도움 못 받아 냉가슴… 국토교통부 ‘키스콘’에서 업체 등록 여부 조회해야

 

업계에 따르면 A씨처럼 인테리어 공사 후 피해를 겪고도 도움을 요청할 곳을 찾지 못해 홀로 가슴앓이를 하는 사례는 적지 않다. 대체로 작업 후 돌연 업체 관계자와 연락이 닿지 않거나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공정에 항의해도 피해 보상을 받지 못했다고 호소한다. 각종 건설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대한전문건설협회에도 인테리어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이 문의 전화를 해온다고 한다.

 

건설산업기본법(건설법)에서는 인테리어와 같은 ‘실내건축공사업’ 업체의 정식 등록 자격으로 △건축 관련 자격증 소유 기술자 2명 이상 고용 △개인·법인사업자 상관없이 자본금 1억5000만원 이상 보유 △용도상 사무실로 쓸 수 있는 작업공간 확보를 내건다. 이러한 규정을 지키지 않고 업체를 운영하다 적발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만 워낙 인테리어 관련 업체가 많고 일일이 적발하기 어려운 탓에 실제 처벌로 이어지는 일은 드물다고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귀띔했다.

 

특히 건설법이 총 공사비 1500만원 이상 소요 작업을 담당하는 업체에 대해서는 국토부에 정식 등록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만큼 이 같은 대상의 공사를 하기 전 담당 업체의 등록 여부를 알아보는 것이 향후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전문건설협회 관계자는 “미등록 업체는 법이 규정하는 사업자의 의무가 적용되지 않아 피해가 발생해도 보상 받기 어렵다”며 “국토부가 운영하는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키스콘) 홈페이지에서 업체의 정식 면허 등록 여부를 조회하면 미등록 업체와의 계약으로 발생하는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