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인종차별 반대 시위와 관련해 쓴 폭력 선동성 글을 그대로 남겨뒀다가 재정적으로도 거센 후폭풍을 맞고 있다.
27일(현지시간) CNN방송 등에 따르면 90개 이상 주요 글로벌 기업들이 페이스북 광고 보이콧에 줄줄이 동참하고 나섰다.
앞서 미국의 대표적 흑인 인권단체 ‘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 미국 최대 유대인 단체인 반(反)명예훼손연맹(ADL) 등 인권단체들은 지난 17일 “페이스북은 플랫폼에 엄청난 증오가 확산되는 일을 의미 있게 해결하는 데 거듭 실패했다”며 ‘#이익을 위한 증오를 멈춰라’(#StopHateforProfit)라는 페이스북 광고 중단 캠페인을 제안했다. 세계 최대 광고주 중 하나인 생활용품업체 유니레버를 비롯해 의류업체 노스페이스·리바이스·파타고니아, 자동차 제조업체 혼다, 통신회사 버라이즌 등에 이어 음료업체 코카콜라와 펩시코가 당분간 페이스북 광고를 끊겠다며 여기에 동참했다.
이 같은 악재 속에 지난 26일 페이스북 주가는 8.3% 급락해 시가총액 560억달러(약 67조원)가 증발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이 여파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사진)의 재산도 72억달러가 줄어든 823억달러가 됐다. 저커버그의 세계 갑부 순위도 3위에서 4위로 내려앉았다.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이 촉발한 시위가 격화하던 지난달 29일 “약탈이 시작되면 총격이 시작된다”는 트럼프 대통령 글에 경고 문구를 붙인 트위터와 달리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은 뒤 인권단체의 비판, 내부 직원들의 반발, 기업들의 광고 중단 선언 등이 이어지며 궁지에 몰린 저커버그 CEO는 결국 기존 입장을 철회했다.
26일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방송된 직원들과의 모임에서 “증오나 폭력 선동, 투표 억압에 반대하며, 그것이 어디서 온 것이든 그런 콘텐츠를 삭제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페이스북 규정을 위반했지만 뉴스 가치가 있고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해 남겨두기로 결정한 게시물에는 경고 딱지(label)를 달기로 했다. 다만 이번 조치는 소급 적용되지는 않아 논란이 된 트럼프 대통령의 글은 그대로 남는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