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봉쇄지침을 어겨 체포된 인도의 한 부자(父子)가 경찰 고문으로 숨진 사건이 발생해 분노 여론이 현지에서 확산하고 있다.
28일(현지시간) 인도 NDTV 등 외신들에 따르면 이달 19일 인도 남동부 타밀나두주(州)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자야라지 임마누엘(59)과 베닉스 임마누엘(31) 부자가 허가된 영업시간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됐다.
이 지역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봉쇄조치가 도입된 곳이다.
현지 당국은 두 사람이 며칠 후 병원에서 사망했다고 밝혔다.
유족은 정부에 서한을 보내 부자가 경찰로부터 가혹한 고문을 받고 직장출혈을 겪다가 사망했다며 폭행에 가담한 경찰관들의 처벌을 촉구했다.
숨진 두 사람은 호흡 등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만 알려졌을 뿐, 정확히 어떤 가혹행위를 당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인도 현지에서는 지난달 백인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숨진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건에 빗대어 이 사건을 ‘인도판 플로이드 사건’이라 부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사건에 연루된 경찰관들의 파면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지난주 타밀나두주에선 항의 시위가 벌어졌으며, 앞선 24일엔 이 지역 상점들이 파업에 나섰다.
인터넷에서는 부자의 이름을 따 ‘자야라지와 베닉스에게 정의를’(#JusticeForJayarajandBennix)라는 해시태그가 들불처럼 번졌다.
정치인과 연예인들도 가세해 관련 경찰들의 처벌을 촉구했다.
인도 서부 구자라트주 의원인 지그네시 메바니는 트위터에서 “인도에는 조지 플로이드가 너무 많다”며 팔로워들에게 “미국처럼 인도인들도 거리에 나설 것인가”라고 물었다.
배우 크리스틀 드 수자도 트위터에서 “조지 플로이드에 대해 우리가 요구했던 것과 같은 정의를 (정부에) 주장하자”고 말했다.
에다파디 팔라니스와미 타밀나두주 총리는 이번 사건과 관련된 경찰관 2명의 직무가 정지됐다면서 “법에 따라 조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사건에 인도 주민들이 분노하는 것은 그만큼 현지 경찰 폭력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인도 국가인권위원회(NHRC)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7∼2018년 경찰에 의해 구류됐다가 사망한 사람은 약 3200명으로 집계됐다.
보고서는 평균 매일 15건의 구금 중 폭력 사건이 보고되며, 24시간마다 9명가량이 구금 중 사망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인도에서 구금 중 폭력과 고문은 너무나 만연해 거의 일상적인 수준이 됐다”고 지적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