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박용진(사진) 의원이 29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과 관련한 수사 중단 및 ‘불기소 권고’를 내린 데 대해 “자신의 명예를 걸고 기소해야 할 것”이라고 검찰과 윤석열 검찰총장을 압박했다.
박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검찰 수사심의위는 그야말로 ‘권고’에 그쳐야 한다. 대한민국 헌법과 법체계에서는 검찰이 기소관을 가지고 판단한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박 의원은 “이 수사를 지휘한 사람은 사실상 윤 총장”이라며 “이 부회장의 경제범죄 협의에 대해 1년7개월이나 수사해놓고 기소조차 못 할 수준의 빈약한 수사를 한 것이라면 윤 총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 사퇴해야 마땅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는 지난 26일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검찰에 권고했다. 검찰은 조만간 이 권고를 참고해 이 부회장의 기소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박 의원은 수사심의위를 ‘깜깜이 회의’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수사심의위에서) 누가 무슨 말을 했는지, 결론을 내는 것도 비밀투표를 했다고 한다”라며 “예단을 가지고 검찰의 수사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맹비난했던 사람까지 참여하는 수사심의위가 어떤 법리적인 분석을 하고 국민 여론에 부합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었겠느냐”고 했다.
그는 또 “수사는 이미 끝났는데 수사도 하지 말라는 이상한 결론이 내려졌는데 그 권고를 굳이 따라야 할 필요가 있겠느냐”라면서 “검찰이 (수사심의위의) 권고를 받아들인다면 윤 총장은 사퇴하고, 검찰은 앞으로 모든 수사를 국민 여론조사부터 진행하고 수사하는 게 맞다”고 비꼬았다.
박 의원은 검찰도 ‘대한민국에서 가장 돈 있고 힘 있는’ 이 부회장이 수사심의위 제도 카드를 꺼낼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수사심의위는 대부분 검찰 스스로 소집 요청한 경우 열렸다”라며 “제가 알기로는 피의자 측에서 (수사심의위가) 판단해달라고 한 건 이게 처음”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자체도 매우 뜻밖이고 그분들이 1년7개월이나 방대하게 수사한 내용, 20만장이 넘는 수사기록을 반나절 만에 판단한다는 것 자체가 납득이 잘 안 가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박 의원은 이 부회장이 기소되거나 구속되면 삼성그룹의 앞날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질 것이란 우려에 대해서도 “삼성은 피해자고 가해자는 이재용 부회장”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삼성이라는 기업이 잘되기 위해선 신뢰를 어기는 행위, 투자자를 속이는 행위를 못 하게 막아 사회적 신뢰를 높여야 한다”라며 “2011년 대한민국 법원은 겨우 800원 빼돌렸다는 이유로 해고당한 버스 노동자의 해고를 정당하다고 판결했다”면서 ‘신뢰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