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터뷰] 천정배 “추미애, 수사지휘권 법대로·쿨하게 행사하되 윤석열 존중할 땐 존중해야”

2005년 법무부 장관 시절 김종빈 검찰총장에 수사지휘권 발동
천 장관, 당시엔 공식 수사지휘서를 내려보내
“검찰총장 임기제는 김대중 대통령 야당 총재시절 요구해서 만든 것”
공식 수사지휘권을 총장이 거부하면? “탄핵 사유”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 갈등이 극대화하고 있다. 추 장관이 연일 공개적으로 윤 총장과 검찰 조직을 향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면서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

 

추 장관과 윤 총장 간 갈등은 2005년 노무현정배 당시 천정배 법무부 장관과 김종빈 검찰총장 간 갈등과 닮은 측면이 있다. 당시 천 장관은 “6·25전쟁은 통일전쟁”이라는 발언을 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사받던 강정구 동국대 교수를 불구속수사하라고 지시했다. 검찰의 구속수사 의견을 거부한 것이다. 서면으로 내려진 헌장 사상 첫 수사지휘권 행사였다. 지시는 받아들여졌고, 김 총장은 취임 6개월 만에 총장직을 내려놨다.

김종빈 전 검찰총장. 세계일보 자료사진

천 전 장관은 30일 세계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법무부 장관이 검찰하는 일이 못 마땅하면 수사지휘권을 법대로 냉철하게, 쿨하게 행사하면 된다”며 “불필요하게 서로가 싸울 필요없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검찰총장은 임기가 보장된 자리인만큼 존중해줘야한다”면서도 “다만, 수사지휘권 등을 불이행하면 탄핵사유가 된다. 그때는 몰아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Q. 추미애 장관과 윤석열 총장 갈등으로 천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이 주목받고 있는데

 

A. 그때 회고해보면 어쨌든 수사지휘를 했다. 공식으로 수사지휘서를 내려보냈다. 그때는 검찰총장의 짐을 벗어주려고 했던 의도였다. 검찰총장이 그것 때문에 힘들면 정식으로 법무부 장관 지시에 따라서 수사지휘하는 것으로 총장 입지를 강화해주려는 의도였다. 그런데 수사지휘가 내려가고 다음날인가 총장이 대검 대변인을 통해서 입장을 발표했다. 수사지휘가 정치적이어서 부당하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물론, 저는 그 반대라고 생각한다. 내 수사지휘는 법에 따른 것이었고, 강 교수를 구속하려는 것이 정치적이었다. 불구속기소됐던 강 교수 결국 집행유예 선고 받았다.

Q. 그런데 결국 검찰총장이 물러났는데

 

A. 당시 김종빈 총장은 정치적 결정이었다고 하면서도 수사지휘는 법에 따라 따르겠다고 했다. 공개 입장표명할 때는 검찰총장이 물러난다고 안했는데 저녁쯤 비공개 사표가 왔다. 당황했다. 그동안 검찰총장과 논의과정에서는 사의가 없었다. 사표를 받았는데 제가 수리권자가 아니다. 부랴부랴 수리권자인 대통령에게 보고하고자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에게 연락했다. 김 전 총장의 사표는 청와대나 법무부가 내라고 압박한 것이 아니다. 총장 자신의 판단에 의해서 독자적으로 낸 것이다. 어쨌든 결국 사표는 수리됐다. 사표를 안 냈다면 당시 김 총장도 계속 직을 유지했을 것이다.

 

Q. 추 장관과 윤 총장 갈등이 공개적으로 불거지고 있는데 어떻게 해결해야하나

 

A. 뉴스를 자세히는 안봐서 이 사안에 대해서 논평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잘 해결되길 바란다. 하지만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갈등은 바로 그 지점이다. 수사지휘권. 검찰총장은 법률상의 지위를 보면 일반 행정조직의 외청과는 다르다. 수사와 소추를 하는 기관이어서 행정부 소속이긴 하지만 수사에 관해서는 대통령도 함부로 지시해서는 안되는 기관이다. 그런 미묘한 것을 잘 조화해서 담아놓은 게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이다. 검찰총장도 행정부 소속의 책임자니까 당연히 대통령의 지시를 들어야한다. 그러나 그러나 동시에 준사법기관이라고 부르듯이 수사 소추에서는 독립성이 강조된다. 법무부 장관이 수사에는 함부로 관여하지말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검사들을 지휘할 수 있지만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만을 지휘한다고 돼 있다. 그런점에서 서로 갈등이 일어나는데 그럴 필요가 있느냐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 윤석열 검찰총장.

Q. 화합이 말로는 쉬운데 계속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A. 쉽게 말해서 각자 법대로 하면 된다. 검찰을 필요 이상으로 칭찬할 필요도 질책할 필요도 없다. 검찰하는일이 영 못마땅하면 수사지휘권을 법대로 투명하게 냉철하게 쿨하게 행사하면 된다. 서로 잘해야한다. 가장 중요한 기관들인데 협력도 하고 지시할 건 지시하고, 지휘할 건 지휘하고 대신 법에 따라 투명하게 어쨌든 불필요하게 싸울 필요는 없다.

 

Q. 추 장관이 공개 석상에서 “윤 총장이 내 지시 절반을 잘라 먹었다”는 등의 발언을 한 것은 어떻게 보나

 

A. 정치적 언행은 하고 싶지 않다. 양해해달라. 하지만 분명한 것은 수사지휘는 공식적 절차인데 보통 때에는 법무부하고 검찰이 크게 모든일에서 싸울 순 없다. 서로 협력한다. 그런데 시스템으로 보면 협력 중심에 법무부 검찰국이 있다. 검찰국장은 한편으로는 검사다. 그렇지만 소속은 법무부다. 대체로 검찰국장과 법무부 검찰국 직원들이 대검찰청과 법무부 장관과의 사이를 이런저런식으로 조율한다. 그런식의 수사 지휘는 있다. 관련 과장들이 주요 사건에 대해 보고를 하면 장관도 어떤 의미에서 의견을 제시한다. 그러면 아마 즉각 검찰국 과장들은 대부분 부장검사급인데 대검에 연락해서 장관 생각은 이렇다고 전한다. 공식 수사지휘는 아니지만 행정기관과의 협조관계로 이견이 조정된다.

내가 법대로 하라고 한 건 안 풀릴 때 법대로 하라는 것이다. 어떻게 모든 일을 다 문서로 법대로 할 수는 없지 않나. 정확히는 추 장관께서 엄밀한 의미의 과거 나와 같은 수사지휘서를 내려보낸 것 같지는 않다. 제가 잘은 모르지만 사실상의 의견개진은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장관말을 잘 안들었다고 하니 조국 전 장관 사태 이후 문재인정권과 윤 총장이 원활하게 안 돌아갔으니 그런 일들이 생겼을 것이다.

 

Q. 총장은 임기가 보장된 자리 아닌가

 

A. 한쪽이 그만두지 않는 한 몰아낼 수도 없다. 법무부 장관 입장에서는 눈엣가시일 수 있다. 다른 검사는 청와대와 상의하긴 하지만 장관이 인사권을 쥐고 있다. 검찰총장을 제외한 모든 검사는 장관이 마음에 안들면 바꿀수도 있고 보직을 옮길 수도 있다. 이번에 한동훈 검사도 즉각 옮겼지 않나. 그건 잘한 일이라고 본다. 검사장급이 감찰을 받거나 수사를 받는다고 하면 혐의 여부를 떠나서 조사 받는것 자체가 그 자리에 놔둔 채 어떻게 조사를 받나. 그런데 검찰총장은 임기제여서 임기 동안에는 어떻게 해볼 수가 없다. 그렇다면 총장과 갈등관계로 갈 수는 없고 일상적인 문제는 협력해가면서 가야한다.

Q. 여당 내에서도 윤 총장이 사퇴해야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사실상의 압박 아닌가

 

A. 검찰총장 임기제는 김대중 대통령께서 야당시절 만든 제도다. 검찰개혁의 의미가 있는제도다. 총장이 그 전에는 임기제가 아니어서 법무부 장관이나 청와대가 언제든지 경질가능했다. 세상일에 인사권자만큼 무서운게 어딨나. 인사권에 종속된 사람은 추풍낙엽이다. 검찰이 정권의 시녀가 될 수 밖에 없었다. 제가 국회의원이 되고 김대중 대통령께서 야당 총재였던 시절 검찰개혁에 가장 중요한 사항이라고 요구해서 검찰총장 임기제를 도입했다. 임기제가 잘 작동하고 있지 않나. 물론 국회의원은 입법부의 일원이면서 행정부의 감시 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니 이런저런 의견을 얘기할 수는 있다. 여당 지도부(더불어민주당 설훈 최고위원) 였어서 좀 무게는 있긴하지만 그런 정도 얘기로 검찰 독립이 훼손되진 않는다.

 

Q. 법무부 장관의 말은 차원이 다른데

 

A. 국회와 달리 문제는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과 법무부 장관실에서 검찰을 대하는 건 다르다. 거기는 직접적인 상급기관이다. 어차피 검찰총장도 탄핵할 수 있는 자리 아닌가. 탄핵소추할 수 있는 힘은 여당이 갖고 있다. 검찰총장이 정말 문제가 있으면 탄핵으로 정리하면 될 일이다. 청와대나 추 장관이 마음에 안들더라도 윤 총장을 존중할 건 존중하고 법에 따라 지시할 건 지시하면서 냉철하게 쿨하게 가길 바란다.

Q.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총장이 안 받아들이면 어떻게 되는건가

 

A. 그건 그야말로 총장 탄핵사유다. 엄청난 일이다. 법무부 장관의 지시지만 국가를 대표하는 국무위원이다. 정치적으로 보면 대통령의 대리인이다. 말이 안된다. 그런 생각은 안해봤지만 어떻게 검찰총장이 법에 따라 법무부 장관 지시를 불응하나 그건 쿠데타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