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보안법 1호 체포 예상’ 조슈아웡 “내가 사라져도…”

체포 강행 시 美·유럽 반발 불보듯… 노벨평화상 후보 거론도
홍콩의 민주화 운동가 조슈아 웡. 연합뉴스

일명 ‘홍콩보안법’으로 불리는 홍콩 국가보안법이 정식으로 제정된 직후 그간 홍콩 민주화 시위를 주도해 온 조슈아 웡(黃之鋒) 데모시스토당 비서장이 당직에서 물러났다. 그는 홍콩보안법에 의한 ‘1호 체포’ 대상이 될 것을 직감한 듯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아도 자유를 위한 노력을 강화해달라”고 호소했다.

 

우리 국회에 해당하는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는 30일 홍콩보안법을 전격 통과시켰다. 외신에 따르면 전인대 상무위원회는 지난 28일부터 홍콩보안법 초안 심의를 개시해 회의 마지막 날인 이날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홍콩보안법은 △외국 세력과 결탁하는 행위 △국가 분열 행위 △국가정권 전복 행위 △테러리즘 행위 등을 금지·처벌하고, 홍콩 내에 이를 집행할 기관을 설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애초 최고 형량이 10년 징역형이었으나 법안 심의 과정에서 국가 전복 등을 주도한 사람에 대해선 최고 ‘종신형’에 처할 수 있도록 강화됐다.

 

법안 통과 직후 중화권 온라인 사이트에선 조슈아 웡, 지미 라이(黎智英) 등 홍콩 민주화 및 반중(反中) 시위에 앞장서 온 인사 54명의 이름이 담긴 ‘블랙리스트’가 나돌았다. 조슈아 웡은 이미 스스로 ‘중국이 홍콩보안법을 제정하면 가장 먼저 내가 중국 당국에 체포될 것’이라고 말해온 바 있다.

 

체포가 임박했음을 의식한 듯 조슈아 웡은 SNS에 “내 목소리가 당장 들리지 않아도 국제사회가 계속해서 홍콩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자유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길 바란다”고 글을 올렸다.

 

조슈아 웡은 2014년 17세의 나이로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한 홍콩 ‘우산 혁명’을 이끌며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만약 그가 홍콩보안법 시행 후 첫 희생자가 되는 경우 미국, 영국 등 서방을 중심으로 석방을 요구하고 중국 정부를 규탄하는 움직임이 거세게 일 것으로 보인다. 중국을 대표하는 시민운동가 류샤오보(1955∼2017)의 뒤를 이어 노벨평화상을 수상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2017년 6월 홍콩 민주화 시위를 주도하다가 경찰에 체포되는 조슈아 웡. 연합뉴스

앞서 중국을 향해 “홍콩보안법을 제정하지 말라”고 경고한 미국은 강경한 분위기다. 미국 상무부는 29일(현지시간) 홍콩보안법 제정을 겨냥해 ‘홍콩에 대한 특별대우를 박탈한다’며 중국에 대한 제재를 공개적으로 천명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외신들은 미국이 국방 물자 수출 중단과 첨단제품에 대한 홍콩의 접근 제한 등 홍콩에 대한 특별대우 박탈에 이미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약 150년간 홍콩을 식민지로 지배한 뒤 중국에 귀속시킨 영국도 단단히 화가 난 모습이다. 영국은 “홍콩보안법이 1997년 7월 1일 홍콩 반환 당시 홍콩에 주어진 자치권을 심각히 침해하는 행위”라는 입장이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