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재 선생님에게 제가 매니저 업무를 잘못한 게 있냐고 물어봤어요. 선생님은 잘못한 거 없고 너무 잘해 줬다고 하셨습니다. 잘했는데 왜 해고를 해요. 부당 해고를 당했습니다.”
원로 배우 이순재(85) 아내의 갑질 의혹을 제기한 전 매니저 A씨는 이순재가 “한 번도 사람을 잘라 본 적 없다”고 한 데 대해 “(소속사 에스지웨이엔터테인먼트) 이승희 대표가 잘랐으니 당연히 없었을 건데 그게 너무 화가 났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A씨는 30일 오후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선생님과 사모님, 이 대표가 진심으로 미안하다며 사과했으면 이런 일을 만들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이순재가 언론 인터뷰에서 사과했고 다시 사과하겠다 했지만) 연락 온 건 없다”고 어렵게 말을 꺼냈다. 그는 “심리 상태가 좋지 않다”고 했다.
“녹취 파일이 다 있습니다. 그게 없으면 말 그대로 제가 나쁜 놈이 되는 거잖아요. 사회에서 매장되겠죠. 댓글도 다 봤는데 저를 나쁜 놈으로 모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SBS 보도는 부드럽게 나간 거예요. 그게 다인 줄 알고 (이순재 측에서) 역으로 저를 공격하려 하더라고요.”
A씨는 해고를 당한 지난 3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강남지청에, 다음 날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그는 이순재 매니저로 일했던 두 달간 “자존감이 짓밟혔다”고 했다.
“선생님 자택으로 출퇴근해 업무 지시를 받았어요. 선생님 일과가 끝나도 매일 같이 사모님 지시를 받고 백화점 장을 보고 퇴근해야 했죠. 선생님 매니저로 온 거지, 집사로 온 건 아니라고 선생님께 말씀드렸어요. 저도 40대고 나이가 있는데 돈만 보고 일한 건 아니죠. 제 나이에 누가 180만원 받고 하겠어요. 선생님 존경하고 팬이라 좋아서 한 거죠. 아무리 열악해도 그럴 수 있지 좋게 생각하고 무조건 1년 이상 있으려 했어요. 4대 보험 들어 주고 선생님 일만 하면 180만원 받아도 만족한다고 얘기했죠. 4대 보험을 들어 달라 한 게 해고 이유라는데 말도 안 되잖아요.”
그가 원하는 건 진심 어린, 진정한 사과다.
“잘못을 다 인정하고 공개적으로, 진심으로 사과하면 받아 줄 의향이 있습니다. 제가 부당한 대우를 받은 건 맞잖아요. 저만 그런 게 아닙니다. 그쪽에서 법적 대응을 하면 저 역시 더 강하게 법적 대응할 겁니다. 전과 같이 변명하듯이 사과하면 사과 못 받아요.”
이번 논란에 대해 방송계 한 관계자는 말을 아끼면서도 “선생님이 (해외 거주 등 이유로) 자식들 도움을 받지 못해 생긴 문제이기도 하다. 좀 슬프다”고 말했다.
소속사 이승희 대표에게 입장을 다시 듣기 위해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잘못한 게 있다면 제가 잘못한 거고 선생님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