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집값 안정화’를 최우선 정책 기조로 내놓고 있음에도 국민 10명 중 4명은 임기 말 집값이 지금보다 더 올라가 있으리라 예상하며 현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특히 무주택자 절반 이상이 집값 상승을 예상하며 상대적 박탈감에 따른 불만을 드러냈다는 해석이다.
1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오마이뉴스’ 의뢰로 ‘현 정부 임기가 끝나는 시점의 집값을 현재와 비교할 때 어떻게 전망하느냐’면서 집값 전망에 대한 여론을 조사한 결과, ‘올라갈 것’이라는 응답이 40.9%로 가장 많았다. ‘변화 없을 것’이라는 응답은 29.4%, ‘떨어질 것’이라는 응답은 17.1%로 집계됐다. ‘잘 모름’은 12.6%였다.
특히 주택 소유 형태별로는 자가 미소유자는 51.7%가 집값이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을 했고 떨어질 것이라는 응답은 12.6%로 평균보다 낮았다. 자가 소유자는 ‘올라갈 것’이라는 응답이 37.9%,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응답이 30.5%로 오차범위 내에서 비등하게 나타났다.
세부적으로 수도권 자가 미소유자는 ‘올라갈 것’ 응답이 55.5%, ‘떨어질 것’이라는 응답은 15.7%에 그쳤다. 수도권 자가 소유자도 ‘올라갈 것’이라는 응답이 44.5%로 높았다.
비수도권 자가 소유자는 ‘올라갈 것’이라는 응답이 32.4%,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응답이 33.3%로 비슷하게 나타났다.
리얼미터는 “자가를 소유하지 않았으면 지역에 상관없이 집값이 올라갈 것이라는 의견에 공감하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설명했다.
연령대별로는 20·30대(18~39세)에서는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이 42.3%, 40·50대(40~59세)에서는 46.0%로 나타났다. 60세 이상에서는 ‘잘 모름’ 응답이 21.2%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았다.
이같은 여론조사 결과는 최근 정부 부동산 정책 기조와 집값 상승 사이의 격차를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23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의 ‘서울 아파트값 상승실태 분석발표 기자회견’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집권 3년 동안 서울 아파트 중위값은 6억600만원에서 9억2000만원으로 52%가 올랐다.
박근혜 정부 임기인 2013년 2월부터 2017년 3월까지 약 4억6500만원에서 5억9900만원으로 1억3400만원(29%) 올랐고 이명박 정부였던 2008년 12월부터 2013년 2월까지는 4억8000만원에서 4억6500만원으로 1500만원(3%) 떨어졌다.
경실련은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을 표방해 역대 정부 중 가장 최저임금을 큰 폭으로 인상했지만 오히려 아파트 장만 기간은 늘었다”며 “필수적인 집값 잡기에 실패하면서 최저임금 인상 효과도 미미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정부는 상황을 더 지켜봐야한다는 입장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문 정부가 22번째 부동산 대책을 내놓고도 집값 때문에 논란이 많다’는 질의에 “모든 정책이 종합적으로 작동되고 있다”며 “결과를 추후에 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30일 전국 만18세 이상 성인 1만311명에게 접촉해 최종 500명이 응답(응답률 4.9%)했다. 무선(80%)·유선(20%)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RDD) 자동응답 방식으로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