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부가 독일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 병력 중 9500명가량을 오는 9월까지 감축하는 계획안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출해 승인받았다고 미국 언론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러나 여당인 공화당이 상원과 하원에서 주독 미군 감축을 차단하기 위한 입법을 추진하는 등 제동을 걸고 있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과 마크 밀리 합참의장 등 군 수뇌부는 지난달 29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주독 미군 병력을 현재 3만4500명에서 2만5000명으로 줄이겠다고 보고했다. 조너선 호프먼 국방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가를 받은 감축안을 의회에 보고한 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주독 미군의 감축과 재배치로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러시아에 대한 억제력 및 나토의 대응능력을 향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공화당 내부에서 주독 미군 감축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주독 미군 감축이 러시아의 전략적 이익 증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러시아가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을 사주해 미군을 살해하면 포상금을 제공한 사실을 미국 정보기관이 확인했고, 이 내용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됐다는 언론보도로 인해 공화당 의원들이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상원과 하원의 공화당 중진 의원들은 주한 미군 감축을 막으려고 2021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에 미군 감축을 위한 예산 집행을 금지한 것처럼 주독 미군에도 이를 적용하는 내용을 추가할 계획이다. 상원에서는 공화당의 밋 롬니 상원의원이 NDAA 개정안을 제출했고, 하원 군사위에서는 맥 손베리 공화당 간사 주도로 이 개정안을 통과시킬 예정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날 보도했다. 롬니 의원은 “주독 미군 감축은 러시아에 대한 선물”이라고 주장했고, 손베리 의원은 “독일에서 빼내는 9500명의 병력을 배치할 준비가 안 됐다”고 강조했다.
야당인 민주당의 루벤 가예고 의원이 준비 중인 개정안에는 주독 미군의 감축이 안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국방부의 보고가 의회에 제출된 뒤 6개월간 재배치를 유예하는 내용이 담길 것이라고 WSJ가 전했다. 이는 오는 11월 3일 대통령 선거 때까지 시간을 벌려는 민주당의 전략에 따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