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간의 전략적 경쟁이 날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특히 홍콩에 대한 중국의 국가보안법 시행은 미국이 중국의 체제를 더욱 문제 삼는 계기가 되고 있다. 홍콩에 부여된 특별지위를 박탈해 가는 과정에서 미국은 일차적으로 전략물자 등의 수출 통제를 시행하였다. 자치적 지위를 상실해가는 홍콩과의 무역은 결국 중국 공산당의 버팀목인 인민해방군에게 민감한 물자들이 흘러들어 가게 한다는 이유에서다. 단순히 각종 현안에 대한 갈등 차원이 아니라 모든 문제가 중국의 다른 정치체제에서 비롯된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문제의 근본적 해결은 중국의 정치체제 변화 외에는 답이 없는 것이고, 그러한 미국의 시각에 대해 중국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러한 미국과 중국 사이의 갈등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많은 나라들에는 매우 골치 아픈 문제이다.
그래서인지 코로나 사태가 심각해질 무렵 일각에서는 코로나 팬데믹과 같은 초국경적 위기 상황이 미국과 중국 사이의 협조를 가능하게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조성되기도 하였다. 국가와 국경을 바탕으로 하는 전통적인 안보 문제와는 달리 전염병이나 대규모 재난과 같은 위기는 국경의 존재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대응 역시 국경을 넘어서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러한 전 세계적 전염병 창궐의 위기 상황에 대해 미국과 중국이 국제적 리더십을 발휘하면서 협조 체계를 구축하고, 그러한 과정에서 격화일로를 걷던 양국의 갈등 양상도 완화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였던 것이다.
사실 전 지구적인 재난 상황에서 국가들이 협조하는 것은 이미 많은 할리우드 영화에서 제시된 바 있다. 거대한 혜성이 지구를 향해 돌진하는 상황이라든지, 지구의 핵이 비이상적으로 가열되는 상황이라든지 한 국가 혹은 몇몇 국가의 힘으로는 도저히 극복해낼 수 없는 위기 상황이 현실적으로 인식되는 상황에서 국가들은 체제의 차이와 개별 국가의 이익을 넘어서는 협조를 하게 되고 그러한 협조를 통해 인류가 결국에는 위기를 극복하는 스토리이다. 이러한 할리우드의 감동 스토리는 그러나 현실적으로 구현되기 어려워 보인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