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아보면, 모자란 구석이 있으면 또 남는 구석이 있다. 모자란 사람 못지않게 ‘남는 사람’들도 제법 많은 법이다. 그들에 대자면 변변히 내세울 것 하나 없는 보통의 우리네는 위축되기 십상이다. 여기에 한 술 더 떠서 그들이 도인(道人)처럼 우리들 위에서 일갈하게 되면, 정말이지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이다.
가장 많이 들은 일갈 중에 이런 게 있다. “뱁새가 깊은 숲에 둥지를 튼다 해도 나뭇가지 한 개에 지나지 않으며, 두더지가 황하 물을 마신다 해도 배를 채우는 데 지나지 않는다.”(장자(莊子)) 참 좋은 말이다. 사람마다 깜냥이 있으니 깜냥을 넘어서려 하지 말라는 데 무슨 토를 달 것인가. 끽해야 나뭇가지 하나의 공간이면 족하고, 배 하나 채우면 그만일 것을 아등바등해서 무엇하겠는가 자문해보게 된다.
그러나 이 말이 때로는 가혹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성실하게 땅속을 헤집다가 겨우 머리 하나쯤이나마 땅밖으로 몸을 내밀어보려던 두더지 입장에서라면 청천벽력인 것이다. 두더지가 바보가 아닌 이상, 바다같이 너른 황하 물을 다 먹겠다고 덤벼들 리 만무하다. 그저 고단한 일손을 놓고 잠시 목이나 축여보자 했을 텐데도 욕심이 많다고 야단을 맞는다면 얼마나 억울한 일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