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은 먹고 다니냐.” 경기 화성 연쇄살인 사건을 다룬 봉준호 감독의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형사로 분한 배우 송강호가 터널 속에서 용의자를 놓아주며 던진 말이다. 형사는 유일한 증거물의 유전자(DNA) 감식 결과가 용의자와 일치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자 좌절하고 만다. 송강호는 “진짜 범인에게 ‘이런 짓을 하고도 밥이 넘어가느냐’라는 의미를 담았다”고 했다. 영화는 범인 검거에 실패한 채 막을 내린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진상이 34년 만에 규명됐다. 영화와 달리 경찰은 지난해 9월 피해자 유류품의 DNA 검사 결과에 따라 처제 성폭행·살해혐의로 부산교도소에서 26년째 복역 중인 이춘재를 범인으로 특정했다. 경찰 조사 결과 그는 1986년 9월부터 1991년 4월까지 14명의 여성을 살해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살인 말고도 34건의 성폭행·강도질을 저질렀다고 털어놨고 이 중 9건이 입증됐다. 뚜렷한 동기도 없고 죄책감도 느끼지 않았다고 한다. 그저 무료한 생활로 인한 스트레스와 욕구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범행에 나섰다니 기가 찬다.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은 할 수 없지만 ‘세상에 완전범죄는 없다’는 교훈을 남긴 것은 다행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