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최숙현 선수가 가해자 중 한 명으로 지목한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감독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3일 경주시체육회 인사위원회 관계자는 “2일 인사위 진상조사에서 감독이 최 선수를 트라이애슬론에 입문시켜 애착을 가졌으며 다른 팀으로 간 것도 감독이 주선했다고 한다. 2월까지 감독이 최 선수로부터 받은 모바일 메신저 메시지에는 ‘고맙다’거나 ‘죄송하다’란 글도 있었다”고 전했다. 경주시체육회는 최 선수가 팀 활동하던 과정에서 감독과 선수들로부터 어떤 폭행과 가혹행위를 당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감독과 선수 등 3명을 불러 자세한 경위를 파악했으며 감독에 대해서는 직무정지 결정을 내렸다.
최숙현 선수의 유족이 공개한 녹취에는 감독이 고인을 폭행하는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팀 닥터의 폭행이 벌어지는 동안 감독은 “닥터 선생님께서 알아서 때리는 데 아프냐”, “죽을래”, “푸닥거리할래” 등의 말로 고인을 압박했다. 또 감독이 최숙현 선수의 체중이 늘었다고 “3일 동안 굶어라”라고 다그치는 목소리가 녹취 파일에 담겼다.
최숙현 선수와 중학교 시절부터 인연을 맺은 감독은 한국 트라이애슬론을 대표하는 선수이자 팀의 핵심인 베테랑 선수가 고인을 괴롭히는 걸 알고도 방조하고, 오히려 고인의 뺨을 때렸다는 의혹도 받는다.
더구나 가혹 행위에 시달리던 최숙현 선수가 2월부터 법적 절차를 밟자 해당 감독은 최숙현 선수의 아버지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구체적인 행위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염치없고 죄송하다. 무릎 꿇고 사죄드린다. 내가 다 내려놓고 떠나겠다”고 사퇴 의사까지 밝혔다. 감독은 또 “아내와 아이가 나만 바라보고 있다. 먹고 살 수 있는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조금만 시간을 달라. 숙현이 힘들고, 치료되지 않은 부분은 내가 책임지겠다”고 간곡하게 부탁했다. 최숙현 선수는 올해 경주시청을 떠나 부산시체육회에 입단했지만 해당 감독은 계속 경주시청에 남았다. 최숙현 선수가 소송을 시작하자 용서를 빌던 감독은 태도를 바꿔 “나는 때리지 않았다. 오히려 팀닥터의 폭행을 말렸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