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외교안보라인을 개편했다. 차기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로 박지원 전 민생당 의원을 파격적으로 발탁했고, 통일부 장관 후보자로는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을 내정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는 서훈 국가정보원장을 임명키로 했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대통령 외교안보특보에 임명될 예정이다. 북측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 위협 등으로 남북관계가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북·미 정상회담 중재로 돌파구를 찾으려는 문 대통령이 국면 전환을 위해 물갈이 인사를 단행한 것이다.
이번 인사는 외교안보라인 핵심인사들을 교체해 인적 쇄신의 모양새를 취했다. 하지만 서 원장을 국가안보실장으로, 정 실장을 대통령 외교안보특보로 임명한 데 대해 야당은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은 회전문 인사”라고 비판한다. 후보자들의 성향으로 볼 때 외교안보정책 기조의 근본적인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대북 대화파의 전면 등장으로 대북정책에서 유화 기조가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박 전 의원의 국정원장 내정에는 남북 협상을 강화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박 후보자는 2000년 김대중정부 문화관광부 장관 재임 시 특사로 방북해 남북정상회담을 성공시킨 북한 전문가다. 대북송금 특검으로 옥고를 치렀을 정도로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적이고 북한에 인맥도 많다. 여당 4선 중진인 이 의원을 통일부 장관으로 내정한 것은 김연철 전 장관의 단점인 업무 추진력을 보강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봐야 한다. 북한 입장에선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외교안보라인 구성이라고 평가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