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3일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과 관련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 발동에 대해 전국 검사장들의 의견을 들었다. 헌정 사상 두번째로 발동된 법무부 장관의 명시적 지휘권 행사에 대해 검사장 다수는 ‘부당하다’ ‘적절하지 않다’는 등의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윤 총장은 의견들을 반영해 금명간 최종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은 이날 대검찰청에서 전국 고검장, 수도권 지검장, 전국 지검장들과 잇달아 간담회 형식의 비공개회의를 갖고 검사장들의 목소리를 청취했다. 세 차례 이어진 회의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50분까지 약 9시간 동안 진행됐다. ‘검언유착 의혹’을 수사하는 기관으로서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놓고 윤 총장과 대립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대검 요청으로 참석하지 않았다. 윤 총장은 이날 전문수사자문단을 열어 채널A 기자 기소 여부의 적절성 등을 검토할 예정이었으나 추 장관의 지휘로 일단 중단했다. 그렇다고 취소를 한 건 아니다. 윤 총장은 오전 고검장 회의 외 오후의 다른 두 회의에서는 인사말만 하고 빠졌다.
법무부는 이날 출입기자들에게 “추 장관의 수사 지휘는 이미 상당한 정도로 관련 수사가 진행되었고 통상 절차에 따라 수사팀이 수사의 결대로 나오는 증거만을 쫓아 오로지 법률과 양심에 따라 독립적으로 공정하게 수사하라는 취지”라는 입장을 전했다. 이는 지난달 30일 이 지검장이 대검에 수사자문단 취소를 요청하면서 “해당 사건은 사실관계와 실체 진실이 충분히 규명되지 않은 단계”라고 말한 것과는 달라 주목된다.
◆與 잇단 윤석열 압박… 野 ‘尹 탄압금지 결의안’ 맞불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검언유착’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 여부를 놓고 맞서는 가운데 여권의 윤 총장을 향한 비판이 이어졌다. 미래통합당은 윤 총장 탄압금지 결의안 제출과 추 장관 탄핵소추안 발의 추진으로 맞불을 놓았다.
민주당 박주민 최고위원은 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추 장관에 대한 탄핵을 이야기한 것은 검찰개혁과 관련한 국민의 요구를 정쟁의 장으로 끌어들인 행태”라고 주장했다. 설훈 최고위원도 “통합당이 국회 복귀를 선언하고 첫 번째로 검토하는 일이 추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라니, 여전히 민생을 외면하고 정쟁에 몰두한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며 “추 장관의 수사 지휘는 적법한 지시”라고 지적했다.
이낙연 의원도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검찰개혁 현주소와 향후과제’ 토론회에서 검찰개혁을 강조하며 윤 총장을 우회 비판했다. 이 의원은 “검찰의 누군가에게 집중된 권력은 분배되고 견제돼야 한다. 그것이 검찰개혁의 큰 흐름”이라고 강조했다.
통합당은 윤 총장을 감싸며 동시에 추 장관을 향해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수사지휘권 수용을 요구한 추 장관에 대해 “깡패 같은 짓”이라며 “2년의 임기가 보장돼 있지만 법 절차도 안 밟고 모욕을 주는 것을 보고 있다. 아연실색할 따름”이라고 비판했다.
통합당은 이날 국민의당과 공동으로 ‘윤석열 검찰총장 탄압금지 및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공정한 직무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이날 국회에 제출했다. 국민의당 권은희 원내대표는 “안철수 대표가 범야권이 뜻을 같이해 결의안을 제출하자고 제안했고 통합당 모든 의원이 동참해 결의안을 제출하게 됐다”고 제출 경위를 설명했다.
통합당은 이어 추 장관 탄핵결의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는 결의안 제출 후 기자들과 만나 “다음 주 안에 추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국민의당 의원과 무소속 의원 4명과 함께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당은 전날 무소속 홍준표·윤상현·권성동·김태호 의원의 탄핵결의안 서명 동의를 받았다.
이도형·이창훈 기자 scop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