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장관 지시권의 한계와 검찰총장의 역할은 어디까지인가.”
윤석열 검찰총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에 대한 대응안을 논의하기 위해 연 회의의 핵심 쟁점은 이랬다. 회의에 참석한 검찰 수뇌부 대부분은 추 장관의 무리한 권한행사를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사장들의 의견을 청취한 윤 총장은 이의 제기 방식에 대해 고민한 뒤 주말이나 다음주 초에 의견을 낼 것으로 보인다.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헌법상 명시된 국가안전보장이나 질서유지, 인권침해 등이 우려되는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장관이 검찰총장을 지휘했다는 것이다. 한 검사는 “2005년 발동된 수사지휘권은 피의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내려진 조치였지만 추 장관의 수사 지휘는 그 반대의 상황에서 나왔다”며 “발동의 취지가 처음부터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총장은 간담회 결과를 토대로 숙고한 뒤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 내에서는 “급하게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윤 총장이 추 장관의 지시가 부적절했다는 뜻을 밝힐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검사 출신 변호사는 “검찰주의자인 윤 총장이 쉽게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며 “이의제기권을 행사하는 등 뭔가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날 회의 분위기는 무겁고 엄중했다. 참석자들이 자신들의 의견에 대한 법리적인 논리 등을 개진하면서 회의가 길어졌다. 윤 총장은 고검장 회의에 참석해 주로 의견을 듣기만 했다. 오후 회의에는 윤 총장이 인사말만 하고 자리를 떠 검사장들은 자유롭게 다양한 의견을 교환했다. 오전 10시 시작된 고검장 회의는 오후 2시쯤 끝났고 이후 수도권 지검장, 비수도권 지역 지검장 회의도 예정 시간을 넘겼다.
◆추 장관, 세미나 참석·법무부 인사 ‘일정 예정대로’
이날 추 장관은 참모진을 통해 검사장 회의 상황을 수시로 보고받으면서 예정된 일정을 소화했다. 오후 2시 법무부 청사에서 열린 ‘젠더폭력 범죄에 대한 새로운 형사사법 연구’ 세미나에 참석했다. 추 장관은 개회사에서 “여성과 아동에 대한 폭력 범죄에 대응하는 정책이 우선순위에서 밀리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법무부 인사도 단행했다. 법무부는 6일자로 신임 감찰관에 류혁 변호사를, 법무실장에 강성국 변호사를 각각 임명했다. 류 신임 감찰관은 추 장관 취임 이후 검찰국장 내정설이 돌았던 인물이다. 당시 류 신임 감찰관은 검찰 인사위원회의 반대로 임용되지 못했다. 그는 1997년 검사로 임용된 뒤 2005년 삼성전자 임원을 거쳐 대검 강력부 조직범죄과장, 통영지청장 등을 지냈다. 법무부가 ‘검언유착’ 의혹을 직접 감찰하겠다고 밝힌 상태여서 류 신임 감찰관이 이 의혹에 연루된 한동훈 검사장을 조사하게 될 전망이다. 강 신임 법무실장은 1994년 광주지법을 시작으로 21년간 사법부에서 근무한 판사 출신이다.
교정본부장에는 이영희 법무연수원 교정연수부장이 임명됐다. 1989년 교정 간부로 공직에 입문한 이 신임 본부장은 1948년 교정본부(국) 설치 이후 최초의 여성본부장이 됐다.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