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새 지도부를 뽑는 ‘8·29 전당대회’가 이낙연 의원과 김부겸 전 의원의 양자 대결로 치러지게 됐다. 당권주자였던 홍영표 의원에 이어 5일 우원식 의원도 불출마를 선언하면서다.
우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차기 당 대표는 다음 대선 경선의 공정한 관리자를 선출하는 성격을 갖는다고 봤는데, 유력한 대권주자 두 분의 당 대표 출마로 제가 구상한 전당대회의 성격이 너무나 달라졌다”며 “공정한 관리자를 자임한 제가 대선주자들과 경쟁하는 상황 자체가 모순이며 난감한 일이 됐다”면서 불출마 입장을 밝혔다.
전대 구도가 대선주자들의 대결로 정리되면서 이번 전당대회는 사실상 대선 전초전 성격을 띠게 됐다. 이 의원은 오는 7일, 김 전 의원은 9일 출마 선언을 할 예정이다.
민주당 당권·대권 분리 규정에 따라 대선주자는 내년 3월 중도 사퇴를 해야 한다. 이 규정 때문에 이 의원은 오랫동안 당 대표 경선 출마를 망설였는데 민주당은 지난달 30일 당 대표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퇴하더라도 최고위원의 남은 임기를 보장하는 내용의 당헌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 의원의 부담감을 덜어준 것이다. 김 전 의원은 대표가 돼도 내년 3월이면 대표직에서 내려와야 하는 이 의원을 겨냥, 자신이 당 대표가 될 경우 임기 2년을 채워 당을 안정적으로 이끌겠다는 메시지를 던질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의 세 규합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당 대표와 최고위원 선출 선거인단 구성은 대의원 45%, 권리당원 40%, 국민 10%, 일반당원 5%다. 대의원과 권리당원을 움직일 수 있는 의원들의 영향력이 그만큼 큰 선거다. 코로나19 여파로 과거처럼 체육관 등지에서 전당대회가 개최되지 않고 온라인을 활용한 ‘비대면’ 투표가 이뤄진다. 현장 연설로 순위가 뒤바뀌는 이변이 일어날 가능성이 낮아진 셈이다.
이번 당 대표 경선에 친문(친문재인) 적자가 나서지 않은 만큼 친문 의원들의 향배가 주목된다. 이 의원의 경우 이개호·설훈 의원 등 옛 인연들과 전남·광주 의원들, 민주당 내 손학규계, 계파색이 옅은 초재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친낙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부산 친문 핵심인 최인호 의원과 청와대 민정비서관 출신인 백원우 민주연구원 원장대행도 이 의원을 돕고 있다.
김 전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스승’인 김원기 전 국회의장을 후원회장으로 모신 뒤 친노(친노무현) 인사 영입에 힘을 쏟고 있다. 캠프 대변인도 노무현정부 청와대에서 시민사회비서관을 지낸 김택수 전 대전 부시장이 맡았다. 정세균 국무총리를 비롯한 다른 대선주자들이 이 의원을 견제하기 위해 김 전 의원을 지원할지도 관심사다.
당내 관계자는 “김 전 의원이 이 의원을 이기거나, 55대 45 정도로 석패할 경우 당내 영남주자로서 입지가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