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계 가혹행위를 폭로하고 세상을 떠난 고(故) 최숙현 선수의 동료에게 “부산 체육회는 무슨 죄”, “왜 부모님까지 어린 선수에게 검찰과 경찰 조사를 받게 했는지”, “남자친구와 안 좋은 게 있었나”라고 발언한 녹취록이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이 6일 최 선수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에 나선다.
임 의원은 고인 측에 책임을 전가하거나 개인사를 묻는 등 부적절한 질문을 했다고 지적한 해당 보도에 대해 ‘짜깁기식 보도’라고 반발하며 “이(논란)에 굴하지 않고 우리 문체위는 이번 고 최숙현 사망사고의 진실을 파헤치고 청문회와 국정조사를 통해 관련자들을 몸통에서부터 발본색원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 의원은 영화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실제 주인공으로 핸드볼 국가대표 출신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6일부터 최 선수에 대한 진상조사에 나선다. 의원들은 이날 전체회의를 소집하고 대한체육회와 경주시체육회 등 관련 기관에 출석 요구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의원은 앞선 국회 기자회견에서 “이 사건은 문제의식이 부족한 지자체와 체육계, 소위 힘 있는 기관인 검찰과 경찰이 한 사람의 생명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며 “제2, 제3의 최숙현이 다시 나타나지 않도록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진상조사에 대한 의지를 전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상임위 차원의 조사를 통해 강력한 후속조치 마련에 앞서겠다는 입장이다.
임 의원은 전날 저녁 입장문을 통해 “민주당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임오경의 진상규명이 두려워 이를 끌어내리려는 보수 체육계와 이에 결탁한 보수 언론에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고 지적했다. 같은날 TV조선이 임 의원과 최 선수의 동료와 통화한 19분 분량의 녹취록을 공개한 것을 두고 진상규명을 방해하려는 의도라고 반발한 것이다. TV조선이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임 의원은 “왜 이렇게 부모님까지 가혹하게 자식을…. (가해자들을) 다른 절차가 충분히 있고, 징계를 줄 수 있고 제명을 할 수도 있는 방법이 있는데…어린 선수에게 검찰과 경찰 조사를 받게 했는지…”, “좋은 팀으로 왔고, 좋게 잘 지내고 있는데 지금 부산 선생님은 무슨 죄가 있고, 부산 체육회가 무슨 죄가 있고…왜 부산 쪽까지 이렇게 피해를 보고 있는지”, “남자친구가 있었다고 하는데, 남자친구와 뭔가 안 좋은 게 있었나”, “지금 폭력 사건이 일어났다고 해서 전체가 맞고 사는 줄 알아요”, “경주시청이 독특한 것이죠” 등 발언을 했다. TV조선은 임 의원이 고인 측에 책임을 탓하거나 사건과 무관한 가족사를 들췄다며 통화내용이 부적절했다고 꼬집었다.
임 의원은 이에 대해 “최 선수는 검찰과 경찰의 조사를 매우 힘들어 했다는 사실이 친구와의 녹취록에서 나온다. 이에 대한 안타까움과 아픈 마음의 표현, 무엇이 잘못됐나”고 주장했다. 이어 “저는 핸드볼 대표팀 감독 출신이다. 선수들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평소 신상에 어떤 변화들이 있는지 다각적으로 검토한다”며 사적인 질문들에 대해 해명했다.
“부산 체육회는 무슨 죄” “경주시청이 독특한 것”이라는 발언에 대해서도 임 의원은 “이번 사건이 나자마자 바로 후배 선수들에게 전화를 걸어 이런 일이 어디에서 또 있는지 조사를 했다. 다른 팀 선수들 전반적으로는 이런 일이 없는데 경주에서만 특이하게 일어난 일인가 하는 것을 확인했다”며 “경주에서 일어난 일로 체육계 전체가 이런 취급을 받는 것이 체육인 출신으로서 마음이 아팠기 때문이다. 도대체 어떤 부분 어떤 발언에서 문제가 있는지 알 수가 없다”고 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