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내 가혹행위를 호소하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국가대표 출신 고(故) 최숙현 선수의 아버지가 “팀 닥터가 다른 남자 동료들한테 ‘쟤(최 선수)는 내가 심리치료를 해서 극한 상황까지 몰고 가서 스스로 자살하게 만들 수 있다’는 식으로 들은 동료들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해당 팀 닥터는 최 선수가 가혹행위 가해자로 지목한 4명 중 1명으로 의사나 물리치료사 면허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된 인물이다.
최 선수의 아버지 최영희씨는 6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팀 닥터가 숙현이 심리치료를 한 적이 있다”고 이같이 밝혔다. 그는 “(팀 닥터가)의사 면허도 없고 물리치료사 자격도 없는데 그런 소리를 했다”며 “우리 선수 부모들끼리는 돌팔이가 아니냐고 의심한 게 한 두 번이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선수들이나 부모들은 팀 닥터를 미국에서 유학한 의사로 알고 있었다”며 “본인도 (미국에서 유학했다고 얘기)하고 주위 분들도 그렇게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최씨는 팀 닥터가 치료비 목적으로 부모들에게 돈을 받아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가 한 달에 100만원씩 입금하고 숙현이는 심리 치료한다는 목적으로 (50만원씩 별도로) 제가 입금한 게 한 두 번 있었다”며 “(월 100만원은)선수 몸 관리 비용. (심리치료 50만원은)제가 한 것만 두 번이고 2017년 후반기부터 2019년엔 우리 딸이 (지불)했다”고 설명했다.
최씨는 이런 비용 지불이 최 선수뿐 아니라 다른 선수들에게도 이뤄졌다고 했다. 최씨는 “우리 팀이 많을 때는 8명, 적을 때는 여자 3명, 남자 4명 이렇게 7명이었다”며 “팀 전체 선수들한테 다 그렇게 (비용을 청구)했다”고 주장했다.
최씨는 딸이 경주시청 예산으로 뉴질랜드 훈련을 갈 때도 가해자 측으로부터 별도 비용을 청구 받았다고 했다. 그는 “우리한테 항공료 명목으로 또 250여만원(을 청구해), 입금한 적이 있다”며 “선수들이나 부모들은 그렇게(항공료라고) 알고 있는데 검찰조사 과정에서 부인하고 ‘체류 비용 부족분을 썼다’ 이런 식으로 진술을 했다고 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건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통장 추적해 보면 수색해 보면 다 나올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40대 후반으로 알려진 팀 닥터는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감독의 고향 선배로 알려졌다. 해당 팀 닥터는 운동처방사로 의사나 물리치료사 면허가 없었지만 선수들의 전지훈련이나 경기 때 물리치료나 체중관리 등을 맡아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주시체육회는 전날 최 선수를 폭행했다는 의혹을 받는 해당 팀 닥터를 수사기관에 고발하기로 한 상태다. 해당 팀 닥터는 체육회 측의 출석 요구에 ‘지병이 있어 어렵다’는 연락을 한 뒤 잠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씨는 “앞으로 제2, 제3의 숙현이가 발생하지 없도록 이번 사건을 철저히 수사해서 가해자들을 엄벌해야 한다”며 “숙현이가 받던 고통을 가해자들도 수십 배, 수백 배 받을 수 있도록 엄정 수사를 해서 좋은 결과를 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