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등 미성년자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 손정우(24)씨를 미국으로 송환하지 않기로 한 법원 결정을 둘러싸고 논란이 이는 가운데 법원은 성착취물 사이트 접속 회원이 한국에 가장 많은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 사건 수사는 물론 향후 비슷한 아동 성착취물 관련 수사에 손씨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서울고법 형사20부(부장판사 강영수 정문경 이재찬)는 6일 손씨 인도를 불허하기로 결정하면서 손씨가 운영한 사이트 회원의 국적 관련 정보를 공개했다. 재판부는 “자금 흐름을 추적한 결과 손씨가 사이트를 운영하는 동안 약 4000명의 회원이 총 7000회에 걸쳐 이용료를 지급했다”며 “신원이 확인된 회원 346명의 국적은 한국 223명, 미국 53명, 기타 70명”이라고 밝혔다.
손씨의 ‘웰컴 투 비디오’가 전세계를 상대로 성착취물 범행을 저지른 것은 사실인데 정작 회원으로 가입해 성착취물을 본 이들은 한국인이 대부분이었다는 얘기다.
미국은 자국민이 ‘웰컴 투 비디오’ 사이트에 접속해 성착취물을 보는 등 범죄에 가담한 정황이 있는 만큼 손씨를 자국으로 데려와 수사 및 재판을 통해 손씨에게 무거운 처벌을 가할 필요가 있다고 인도 필요성을 설명했다. 하지만 재판부가 보기엔 손씨가 미국보다 한국에 끼친 해악이 더 크다는 것이다.
실제 재판부는 “한국인 회원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통해 우리 사회의 아동·청소년 음란물 관련 범죄의 악순환을 끊으려면 손씨의 신병을 국내에서 확보해 수사 활동에 필요한 정보와 증거를 추가로 수집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시했다.
손씨는 ‘웰컴 투 비디오’ 관련 혐의로 한국에서 징역 1년6개월이 확정돼 복역을 마치고 만기출소한 상태다. 시민·사회단체들이 손씨의 미국 송환을 강력히 요구하는 데에는 이같은 형량이 너무 낮아 ‘봐주기’, ‘솜방망이’ 판결에 그쳤다는 불신이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법원은 범죄인 인도 제도가 범죄자로 하여금 더 중한 형을 받게 하려고 고안된 제도는 아니란 점을 분명히 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범죄인을 더 엄중하게 처벌할 수 있는 곳으로 보내는 것이 범죄인 인도 제도의 취지가 아니다”라며 “이 사건에서는 손씨가 국적을 가진 한국이 주권국가로서 주도적으로 형사처벌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법원 결정 직후 손씨 부친은 “재판장이 현명한 판단을 해줘서 고맙게 생각한다”며 “피해를 본 분들에게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