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우 父 “컴퓨터만 해서 범죄 저질러”… 국민 “판사 자격 박탈” 분노 폭발

“아동 성착취범들에게 천국 같은 나라” 청원 4시간 만에 8만명 넘겨 / 재판부 “처벌 엄중한 곳으로 보내는 게 인도조약 취지 아냐” / 손정우 부친 “아들, 컴퓨터만 해 디지털 범죄… 컴퓨터 못 쓰게 할 것”
세계 최대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투비디오’ 운영자인 손정우가 6일 오후 미국 송환 불허 결정으로 석방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의왕=뉴시스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투비디오(W2V)’ 운영자 손정우(24)에 대해 재판부가 미국 송환 불허 결정을 내린 후폭풍이 거세다. 불허 결정이 알려진 직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해당 심사를 이끈 강영수 부장판사의 대법관 후보 박탈 청원이 올라왔다. 국민적 분노를 반영하 듯 이 청원은 올라온 지 4시간 만에 동의 수 8만명을 가뿐히 넘겼다.

 

◆“아동 성착취범들에게 천국 같은 나라” 청원 4시간 만에 8만명 넘겨

 

청원인은 6일 ‘강영수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의 대법관 후보 자격 박탈을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을 올렸다. 그는 “현재 대법관 후보에 올라있는 강영수 판사는 세계적인 범죄자인 손정우의 미국 인도를 불허 하였다”며 “계란 한 판을 훔친 생계형 범죄자가 받은 형이 1년8개월이다. 그런데 세계 최대의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를 만들고, 그중 가장 어린 피해자는 세상에 태어나 단 몇 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아이도 포함되어 있는데, 그 끔찍한 범죄를 부추기고 주도한 손정우가 받은 형이 1년6개월”이라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이런 판결을 내린 자가 대법관이 된다면 아동 성착취범들에게 그야말로 천국과도 같은 나라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며 “(재판부가) ‘한국 내에서의 수사와 재판을 통해서도 해결이 가능하다’고 말하는 것은 판사 본인이 아동이 아니기에, 평생 성착취를 당할 일 없는 기득권 중의 기득권이기에 할 수 있는 오만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온라인상에는 해당 청원 공유와 함께 재판부의 미국 송환 불허 결정에 허탈감과 분노를 드러내는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강 판사의 사진과 이력 등까지 공개되며 수위 높은 비난도 게재됐다. 해당 청원은 이날 오후 3시 기준 8만8269명이 동의했다. 동의 수 20만명을 넘기면 청와대 답변 기준을 충족한다. 

 

◆재판부 “엄중한 형사 처벌 가능한 곳으로 보내는 게 인도조약 취지 아냐”

 

서울고법 형사20부(부장판사 강영수)는 이날 오전 10시 손정우에 대한 범죄인 인도청구 심사 3차 심문기일을 열고 손정우에 대한 송환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범죄인의 국적을 가진 한국 또한 주도적인 형사처벌을 할 수 있다”며 “앞으로 세계적 규모의 아동 이용 음란물 다크웹 사이트 웰컴투비디오 회원에 대한 수사가 필요할 수 있고 그러기 위해서는 운영자를 신병확보 해야 하는 점, 범죄 수사를 국내서 엄중히 해 아동 성착취 범죄에 경종을 울리고 재발 방지를 기해야 하는 점에서 미국 송환을 불허한다”고 밝혔다.

 

현재 폐쇄된 손정우씨가 운영한 다크웹 ‘웰컴투비디오’ 홈페이지

재판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확인된 웰컴투비디오 회원 346명 중 한국인이 223명이다. 이 223명과 아직 확인되지 않은 회원들을 추적하려면 우리나라에서 손정우를 조사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이다.

 

‘국내법 처벌 수위가 낮아 손씨를 미국으로 보내 더 높은 형량을 받게 해야 한다’는 국민들의 법감정에 대해선 “사건 재판 과정에서 범죄인을 미국으로 보내 더 엄중한 형사 처벌이 가능한 곳으로 보내는 게 인도조약 취지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손정우 아버지가 6일 재판을 참관한 뒤 법정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손정우 부친 “아들이 컴퓨터만 해 디지털 범죄 저질러”

 

손씨는 이날 재판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흐느껴 우는 모습을 보였다. 손씨를 고소까지 하며 미국 송환을 막았던 그의 부친은 사법부 결정에 대해 “디지털 범죄가 이루어진 것은 다른 것 없이 컴퓨터만 하고 자랐기 때문”이라며 “컴퓨터를 못 하게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손씨 부친이 고소했던 범죄 수익 은닉 혐의 등에 대해 수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버지 손씨의 고소 건은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신형식)에 배당돼 있으며 검찰은 법원에서 인도심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는 이유로 수사를 시작하지 않았다. 범죄수익은닉 관련 공소시효는 2023년까지여서 혐의가 인정되면 추가 처벌이 가능하다.

 

다만 손씨가 추가 혐의 없이 범죄수익은닉으로만 처벌받는다면 법정 최고 형량이 징역 5년, 벌금 3000만원이라 이 또한 해외 처벌 수위보다 상당히 낮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IS) 특수요원 출신의 리처드 그래코프스키(40)는 W2V 사이트에서 성착취물 영상을 1회 다운로드하고 1회 접속한 혐의로 징역 70개월, 보호관찰 10년을 선고받았다. 영국의 카일 폭스(22)는 아동 성폭행 및 영상 공유 혐의로 기소돼 징역 22년을 선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손씨는 2015년부터 2018년 3월까지 W2V를 운영하며 생후 6개월 영아를 비롯한 아동·청소년 성착취 영상을 공유하고 유포했으며 제작을 격려했다. 국제공조 수사를 통해 밝혀진 손씨가 소지한 아동음란물의 개수는 약 20만개, 총 8테라바이트(TB) 분량이며 당시 공조 수사를 통해 구출 된 실제 성착취 피해 아동의 수는 23명이다.

 

1심은 손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석방했지만, 2심은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면서 법정구속했다. 이후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아 지난해 형이 확정됐고 손씨는 지난 4월 1년6개월형을 마친 후 인도 심사 때문에 다시 수감됐지만 법원의 송환 불허 결정으로 다시 석방됐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